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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택 Jan 03. 2024

기쁜 나의 차이나(China) 스토리(2)

구이린(桂林)

  중국 광동성 서쪽으로 광서성 장족자치구(广西壮族自治区)에 세계적인 관광지 구이린(桂林)이 있다. 구이린의 양수오(阳朔)는 자연의 놀라움이다. 

  

  “桂林山水甲天下  구이린의 경치는 천하에서 제일이고

   陽朔風景甲桂林  양수오의 풍경은 구이린에서 으뜸이다.”

  

  구이린이 세상에서 제일이고 구이린 최고의 경관이 양수오라고 하니 그곳을 안 가 볼 수 없다. 구이린 시내에서 양수오 가는 마이크로버스에 올랐다.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버스라 외국인 관광객은 보이지 않았다. 좌석은 다 찼고 여러 사람이 서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공간도 없는데 기사는 더 태우려는지 출발할 생각이 없다. 버스에 오르고 15분이 지났다. 먼저 타고 있던 사람들은 누구 하나 재촉하는 사람이 없다. 한 사람 한 사람씩 띄엄띄엄 타면서 차 안에 서 있는 사람들은 한발 한발 뒤로 밀린다. 나라도 나서지 않으면 날 새게 생겼다 싶다. 기사를 재촉했다.

  

  “师傅, 什么时候走啊?” (기사님, 언제 가죠?)

  “马上” (곧 갑니다.)

  곧 출발하겠구나 하고 기다렸다. 10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갈 생각이 없다. 기사를 또 재촉했다.

  “可以走吗?” (안 가요?)

  “马上” (바로 갑니다.)

  

  간다고 말만 하고 가지를 않는다. 간다고 했으면 가야지 말만 하고 안 가니 ‘빨리빨리’의 한국 사람은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그런다고 중국 사람은 그를 탓하지 않는다. 생활 속에서 언어가 갖는 모호성에 잘 적응하고 있다. 


  “마상(马上)”이 갖는 언어적 유희가 있다. 글자 그대로 “마상(马上)”은 길 떠나기 위해 사람이 말 위에 오른 것을 형상화하였다. 거기까지다. “마상(马上)”이라는 단어가 뜻하는 것은 거기까지다. ‘말에 올랐으니 가야 한다’는 것은 내 생각이다. 가고 안 가고는 말 탄 사람의 마음(결정)이다. 지금 바로 갈 수도 있고 30분 후에 갈 수도 있다. “마상(马上)”이라는 단어는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이야기지 지금 바로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중국 사람은 그 말의 뜻을 잘 알고 있다. 버스는 여전히 시동만 걸어둔 채 갈 생각이 없다. 나는 다시 한번 재촉했다.


  “师傅, 走吧!” (기사님, 갑시다!) 

  “马上” (곧 갑니다.)

  그는 줄곧 “마상(马上)”만 외쳤고 나는 안 되겠다 싶어 카운터블로를 날렸다.

  “马上是什么时候啊?” (곧 간다는데 곧이 언제입니까?)


  차 안에 있는 중국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보고 웃는다. 자기들과는 뭔가 달라 보이는 행색의 내게 친근감을 전했다. 버스는 비로소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양수오에는 미국과 유럽에서 온 관광객들이 매우 많았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작은 동력선을 타고 강을 거슬러 가면서 어부가 가마우지를 물에 놓아 물고기 잡는 모습을 연출한다. 가마우지 목에 줄을 매어서 잡은 물고기를 삼키지 못하도록 한다. 물고기가 입안에 가득하면 가마우지를 배로 올려 물고기를 뱉어내게 한다. 몇 번의 반복적인 작업을 끝내면 어부는 가마우지 목줄을 풀고 몇 마리의 물고기를 입에 던져 준다. 가마우지는 고된 노동에 시달렸던지 주인이 던져 주는 물고기를 허겁지겁 삼킨다. 


  강을 따라 여기저기 솟아 있는 동글동글한 산봉우리는 어린 시절 미술 교과서에서 보았던 그 산봉우리 그대로였다. 미술책 속의 산봉우리도 신기했는데 눈앞에 여기저기 솟아 있으니 놀랍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3년 8개월 동안 운항 중단했던 인천-구이린 노선은 2023년 9월 27일 색동날개가 재운항을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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