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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택 Jan 03. 2024

기쁜 나의 차이나(China) 스토리(3)

충칭(重庆)

  충칭(重庆)은 시안(西安), 청두(成都)와 함께 서부 대개발의 중심이다. 단일 도시 인구 기준으로 중국 최대의 도시다. 3,300만의 인구를 가진 충칭은 베이징 직할시, 상하이 직할시, 톈진 직할시와 함께 중국 4대 직할시 중 하나다. 아시아나가 운항하는 중국 내 20여 개가 넘는 목적지 중에 취항일 당일 저녁에 한류공연을 개최한 곳은 충칭이 유일하다. 


  2000년 6월 나는 충칭-서울 취항식과 한류공연을 최일선에서 준비하고 있었다. 4,000장의 입장권을 인쇄하여 충칭시 정부를 포함한 각급 기관에 3,000장을 배포했다. 1,000장은 충칭호텔 비즈니스 빌딩 5층에 자리한 충칭지점 사무실에서 여행사 관계자들과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무료로 배포했다. 직원들이 무료 입장권을 나눠주고 기록하느라 새벽 2시까지 수고했다. 


  취항식 당일 저녁. 충칭시 인민대례당(人民大礼堂)에 무료 초청된 4,000명의 시민이 운집했다. 실내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충칭은 날씨가 더워 중국의 4대 화로 중 하나다. 6월이면 온도가 35도까지 오른다. 4,000여 충칭 시민의 열기인지 6월 하순의 더위인지 잘 모르겠다. 충칭 시민들은 회사에서 나눠 준 색동부채로 더위를 식히느라 분주했다.


  우리가 준비한 한류 공연의 제목은 ‘아시아나항공의 밤’을 뜻하는 ‘한야즈예(韩亚之夜)’였다. 인구 3,300만의 서부 내륙도시에서 한류 최고 가수들의 공연을 충칭 시민들에게 선사한다? 정말 멋있는 일이었다. 


  나는 사실 58일 동안 충칭-서울 국제선 정기편 취항과 한류공연 행사를 준비하느라 모든 에너지를 소비했다. ‘피골이 상접하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그런 나에게 공연장을 가득 메운 충칭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은 큰 위로였고 힘이었다. 보람도 느끼고 자부심도 생겼다. 


  공연 시작 전 중국 베이징 CCTV의 유명 앵커가 무대에 올라 장내에 참석한 귀빈을 소개하고 있었다. 앞쪽 좌석에 앉아 지켜보고 있는데 충칭 사투리의 한 청년이 다가와 자기 자리라고 비켜 달란다. 입장권을 밖에서 200위안 주고 샀다고 한다. 푸훗! 무료로 나누어 준 입장권인데 누군가 돈을 받고 팔았나 보다. 나는 웃으며 무료입장권이라는 상황을 설명하고 그 청년을 옆 계단 쪽에 앉게 했다. 계단까지 사람들이 가득 찼다.


  무대 안쪽 양옆으로 커다란 사각형 구조의 하얀색 배경 위에 아시아나항공 로고인 색동저고리가 크고 선명하다. 풋 페달(Foot pedal)을 힘차게 밟으며 내는 묵직한 베이스 드럼 소리가 앰프에서 흘러나온다. 순간 인민대례당에 모인 4,000여 명 충칭 시민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무대에 오른 엄정화가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 남자 댄서들과 함께 경쾌한 리듬의 〈페스티벌(Festival)〉을 부르며 춤을 춘다. 아시아나항공 충칭 취항이 축제처럼 느껴졌다. 여성 아이돌 그룹 베이비복스의 〈와이(Why)〉는 충칭의 밤을 가슴 들뜨게 했다. 무대를 좌우로 누비며 관중을 압도하는 클론의 〈꿍따리 샤바라〉는 충칭 미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충칭과 서울을 직항편으로 연결하여 서부 내륙도시와 인적·물적 교류의 발판을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한류 문화까지 전파하는 데 아낌없이 공헌했다. 서울-충칭 취항은 박삼구 회장이 직접 결정하였으며 한류공연 역시 마찬가지다. 그의 애정이 그대로 묻어 있는 중국 노선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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