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영택 Jan 12. 2024

상하이에서 두보를 만나다

충칭시 가무단의 대형 무용극  

  나는 두보와 인연이 좀 있다. 그것은 1970년대 학교에서 두보를 배운 것 이외에, 2000년대 초 쓰촨성 청두에서, 2016년 상하이에서, 그리고 2019년 천안에서 두보를 만난 인연이 있다. 나는 소싯적 학교에서 두보를 배운 적이 있어 그가 중국 당대 최고의 시인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의 시에 묻어나는 부패한 관료에 대한 분노와 좌절, 그리고 궁핍한 백성들의 삶에 대한 그의 위민정신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내가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던 1960년대 말과 1970년대는 군사독재의 시대여서 부패한 정권을 비판하고 억압받는 평민들을 안타깝게 여기는 시인의 정신을 학교에서 잘 가르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공부를 소홀히 했든 아니면 학교에서 잘 가르치지 않았든 두보의 시 하나를 외우지 못했다.      


春望(춘망)     


國破山河在 나라는 전란에 무너져도 산천은 그대롤세

城春草木深 겨울 긴 도성에 봄이 드니 초목만 짙어간다.

感時花濺淚 때를 알고 피는 꽃에 눈물만 흐르고

恨別鳥驚心 홀로 그리워하니 나는 새에도 가슴이 뛴다.

烽火連三月 봉화는 꺼지지 않고 한 계절을 타오르니

家書抵萬金 멀리 있는 고향 소식은 천금보다 소중하다.

白頭搔更短 백발은 빗고 빗어 하루하루 짧아져 가니

渾欲不勝簪 이제는 애를 써도 비녀만 헐겁구나.     


☞ 저자가 시인 두보의 심정을 투영하여 원문을 해석하여 번역함.     


  내가 쓰촨성 청두에 있는 「두보초당」을 찾은 것은 충칭과 청두 항공노선을 개설하던 2000년과 2001년 어느 하루였다. 거기에 반나절을 머물며 가는 곳마다 적혀 있는 그의 시 속에 담긴 마음을 읽어 내려 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두보를 다시 만난 것은 상하이에서다. 충칭시 가무단(충칭가무단유한책임공사)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대형 무용극 『두보』의 초연이 2016년 11월 27일 19시 30분에 「상하이국제무도중심대극장」에서 관객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개막했다. (계속)      


작가의 이전글 충칭(重庆)에 이슬비는 내리고(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