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칭과 청두
충칭은 1997년 충칭직할시로 승격되기 전까지 청두와 함께 쓰촨성에 속했다. 충칭과 청두는 339km 떨어진 서부 내륙의 최대 도시다. 서부의 의미는 중국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12개 지역을 일컫는다. 여기에는 신장, 시장, 칭하이, 간수, 쓰촨, 충칭, 구이저우, 윈난, 광시, 산시, 네이멍구, 닝샤를 포함한다. 중국 정부는 내수 확대가 중국 경제성장의 핵심이라고 판단하고 서부 12개 지역을 대상으로 1999년 서부 대개발 사업에 착수하였다. 이로 인해 2008년부터 서부지역으로 다국적 기업 진출의 2차 붐이 일었고 서부지역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중국 전체의 13.2%를 차지하였다. 2009년 7월 기준 세계 500대 기업 중 134개 기업이 청두에 입주했으며, 같은 해 10월 기준 113개 기업이 충칭에 입주했다.
2023년 중국 10대 여행 도시 중 충칭이 1위를 차지하고 청두가 4위에 올랐다. 아시아나항공은 이 두 도시의 미래 관광 성장성을 예측하고 2000년과 2001년에 연이어 직항로를 개설했다. 그러나, 개설 초기에는 아직 한국과의 교류도 많지 않았고 한국 관광객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2000년 4월 충칭-서울 정기편 취항 준비를 위해 충칭에 도착했을 때 한국 사람이라고는 딱 세 명 있었다. KBS-1TV의 인간극장 5부작 「충칭의 별」로 유명한 충칭 리판팀의 축구 감독 이장수. 현대엘리베이터 충칭 지사에 근무하다 그만두고 여행사를 차린 김수동 사장. 그리고 나다. 한국 교민도 없었을뿐더러 현지인들 역시 외국과의 직항로 개설이 부족하여 아직 지방도시에서 해외관광을 떠나는 수요는 제한적이었다.
충칭과 청두는 이러한 연유로 시장수요의 개발 초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충칭시 천지와(陈际瓦) 부시장은 운항 초기 수요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충칭지점을 위해 공항 착륙료, 주기료 등 공항시설 사용료를 연간 90%를 할인하는 지원을 제공했으니 그 고마움을 말로 다 할 수는 없겠다. 충칭과 청두는 서부 대개발의 중심 도시로 그 성장성이 주목받아 왔다.
두 도시는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서로 다른 점이 많다. 충칭은 늘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어쩌다 해가 뜨는 날이면 동네방네 빨래한 옷을 창밖으로 내놓고 햇볕에 말리는 모습이 다정스럽다. 오죽했으면 충칭에 해가 뜨면 동네 강아지들이 다 뛰어나와 짓고 다닌다고 했겠는가?
청두는 내륙 분지에 자리해서 안개가 끼는 날이 많다. 인천에서 항공기가 운항하는 날이면 무척 신경이 쓰인다. 기상 상태가 좋지 않은 날은 일찍 출근해야 한다. 본사 운항통제센터나 인천공항 총괄사무실에서 청두의 기상 상태를 확인하기 위하여 일찍부터 연락해 온다. 안개로 인하여 항공기 착륙에 필요한 가시거리가 나오지 않으면 항공기를 운항하지 못한다. 청두는 새벽녘에 안개가 짙게 끼다가도 오전 11시경 항공기 도착 시간 이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안개가 걷힌다. 인천에서 항공기가 출발할 시점이면 청두 공항에 안개가 가득하다. 본사에서는 항공기를 정시에 출발시켜야 할지, 지연해야 할지 걱정이다.
본사에서 공항의 안개 상황을 시시각각으로 물어오면 그때마다 나는 나를 믿고 정시에 띄우라고 말한다. 서울에서 항공기 출발 시점에는 청두 쐉리우공항에 안개가 가득하다. 여차하면 선풍기 부대라도 동원해서 활주로로 나가야 할 판이다. 그러나 서울 출발 항공기가 청두에 도착하기 한 시간 전쯤에는 청두공항의 하늘은 어김없이 말끔히 갠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만약 도착 시점에도 안개가 많이 끼는 경우는 인근 대체 공항인 충칭 장베이공항으로 착륙해야 한다. 그런 경우는 없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