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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택 Jan 15. 2024

상하이에서 두보를 만나다(3)

비가 내리면 꽃이 핀다

  상하이에서 두보를 만나고 3년이 지난 2019년 나는 두보를 천안예술의전당에서 다시 만났다. 충칭시 가무단의 대형 무용극 『두보』의 한국 최초의 공연이 천안예술의전당에서 2019년 6월 7일부터 9일까지 총 3일 동안 열렸다. 나는 천안예술의전당에서 무용극 『두보』의 3일 차 공연을 관람했으며, 중국 특유의 화려한 의상,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 스토리에 따라 정과 동을 넘나들며 흐르는 수준 높은 음악, 그리고 임팩트 있는 무대조명까지 3년 전 상하이 초연에서 느꼈던 그 감동을 천안에서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충칭과의 인연으로 충칭시 가무단을 대신해서 무용극 『두보』의 한국 공연을 위해 처음부터 관여하고 지원했다. 판교에서 천안예술의전당까지 84km를 달려가 공연 일정, 비용, 무대미술, 조명, 장비 이동, 배우의 숙식 등 공연 계약에 필요한 모든 단계의 협의를 진행했다. 나는 2019년 2월 18일 오전 10시에 천안예술의전당을 방문했으며 거기에서 유원희 관장을 처음 만났다. 유 관장은 작은 체구이지만 신사의 풍모가 느껴졌으며 중국 공연 예술을 이야기할 때는 남다른 통찰력이 느껴졌다. 나는 그를 처음 만나고 『두보』 공연의 성공을 확신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두보』만큼 화려하고 웅장한 중국 무용극이 공연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무대미술 설계용 차량으로 적재함 제원 길이 9.6m의 화물차가 2대가 투입되고 공연 배우와 단원이 총 70명이 동원되는 대형 공연을 작품성과 예술성에 대한 확신, 문화·예술 교류에 대한 비전과 믿음 없이는 개최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두보의 감동을 한국에서 다시 느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 천안예술의전당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한 마음이다. 특별히 적극적인 리더십으로 두보의 한국 초연을 주도한 천안예술의전당 前 유원희 관장께 감사를 표한다. 


  코로나로 인하여 양국 간 문화·관광 교류가 잠시 억제되었으나 교류 의욕은 조금도 식지 않았다. 충칭시는 문화관광위원회 산하의 공연예술문화 부문의 조직을 재편성하고 양국 간 문화 교류의 사업 기회를 준비해 왔다. 한·중 간 K-pop dance, 뮤지컬, 공연·예술의 교류뿐만 아니라 무용·미술·무대 디자인 등을 전공으로 하는 대학 교류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은 그간 사드로 봉쇄했던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을 2023년 8월 해제했다. 모진 들길에 구름조차 어두운 밤이 지나가니 돌아올 손님 맞을 준비에 명동이 분주하다. 2개월이 지난 지금 무엇이 달라졌을까? 지난 10월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249,483명이다. 2022년 10월 대비해서는 226,543명이 증가(987.5%↑)했지만 중국이 한국 단체관광을 제한하기 직전인 2016년 10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36.6%에 지나지 않는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0월과 비교해도 56.1%가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국과 일본의 방한 관광객 수가 2019년 실적을 넘어섰다고 하니 중국인의 방한 관광객 회복세는 더디기만 하다. 한·미·일의 우호적인 관계와 한·중 간 정치적 경색이 국가 간 관광수요에 그대로 반영된 것일까? 


  2024년 서울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이루어진다면 오랜 기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던 양국의 관계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다. 이를 계기로 한·중 간 문화·예술 교류 역시 꽃피우길 기대한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날에 때를 알고 비가 내리면 좋겠다.      


春夜喜雨(춘야희우)     


好雨知時節 단비가 때를 알고 내리니 

當春乃發生 봄이 오는 길목에 만물이 소생한다.

隨風潛入夜 바람 따라 밤을 찾아 내려와

潤物細無聲 세상을 소리 없이 적시는구나.

野徑雲俱黑 모진 길에는 구름조차 어두운데

江船火独明 장강 나룻배의 불빛만 홀로 밝다.

曉看紅濕處 새벽녘이 붉게 물들어 바라보니

花重錦官城 금관성(청두)이 꽃 빛으로 가득하다.     


☞ 저자가 시인 두보의 심정을 투영하여 원문을 해석하고 번역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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