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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택 Jan 16. 2024

충칭(重庆)에 이슬비는 내리고(4)

충칭과 청두의 지역감정

  지형적으로 충칭은 산이 많고 굴곡이 심해 산의 기세가 드센 산의 도시다. 반면에 청두는 쓰촨분지의 넓고 넓은 청두평원에 위치하여 농업이 발달했다. 그래서 그런지 충칭은 사람들이 다혈질이 많아 시내 도로에서 차를 세워 놓고 운전자끼리 서로 싸우거나 아니면 대로에서 남녀가 편을 이루어 주먹을 주고받으며 싸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창춘에 있는 22개월 동안 거리에서 싸우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니 충칭의 이러한 모습은 낯설었다. 사람들 사이에 다툼이 발생하면 청두 사람은 차근차근 말로 해결하지만 충칭은 주먹으로 해결해야 직성이 풀린다. 


  넓은 평원에 자리한 청두는 먹을 것이 풍족하여 사람들이 여유롭고 느리다. 돈을 쓰고 즐기는 낙천적인 성향이 짙어 이러한 성격은 그들의 생활 속에 그대로 나타난다. 예로부터 곡창지역 사람들이 수확이 끝나면 여유가 생겨 차 마시고 마작하는 습관이 그대로 전해져 내려온 것일까? 청두는 한 집 건너 한 곳이 차관(茶馆)이고 발 마사지 업소가 큰길을 따라 즐비하다. 인도를 따라 걷노라면 차관 이층에 삼삼오오 모여 마작하는 달그락달그락 소리가 창문을 통해 밖으로 새어 나온다. 도심을 벗어나 외곽으로 가면 영세한 규모의 업소도 있지만 시내에는 대부분 일정 규모와 시설을 갖춘 호화스러운 대형 업소가 많다. 


  청두에서 멀리 떨어진 쓰촨성 각 도시의 어린 소년 소녀들이 돈을 벌기 위해 고향을 떠나 청두로 몰린다. 상하이에는 월급(月)을 받으면 몽땅 써버린다(光)는 월광족(月光族)이 있다. 이들은 1980년대 이후에 출생한 자들로 상하이의 새로운 소비 세력으로 등장했다. 청두 역시 ‘100위안을 벌면 80위안을 소비한다’는 높은 소비문화가 이어져 내려온다. 이 여유로운 청두의 소비문화가 쓰촨성의 여러 시골 지역에서 나고 자란 10대 후반의 소년 소녀들을 청두로 모이게 한다. 인공위성 발사기지가 있는 시창시(西昌市)에서, 낙산대불이 있는 러산시(乐山市)에서, 그리고 중국 명주 우량예의 주조 공장이 있는 이빈시(宜宾市)에서 그들은 도시 생활을 동경하고 청춘의 꿈을 좇아 집을 떠나 청두로 향한다.


  충칭은 청두 사람을 교활하다고 하고 청두는 충칭 사람을 얼바이우(二百五, 멍청이)라고 얕잡아 부른다. 두 지역 사람들 간에는 지역감정이 존재하여 곳곳에서 경쟁한다. 예를 들어, 우리 정부는 2005년 2월 26일에 서부 내륙지역인 쓰촨성, 충칭직할시, 윈난성, 구이저우성을 관할하는 대한민국 총영사관을 청두에 개설했다. 총영사관이 청두로 결정되기 전에 충칭시는 한국 총영사관을 청두에 뺏기지 않고 충칭에 유치하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충칭시에는 이미 일본 총영사관이 있다. 한국 총영사관까지 유치한다면 충칭은 동북아 주요 2개국의 영사관을 충칭에 두는 것이다. 한국 총영사관은 결국 미국 총영사관이 있는 청두에 자리를 잡았다. 2023년 현재 잠정 폐쇄한 것을 제외하고 외국 총영사관이 충칭에 12개, 청두에 20개가 있으며 주 청두 미국 총영사관은 지난 2020년 트럼프 정부 때 중국과의 갈등으로 폐쇄했다.


  중국 국내 관광 부문에서는 충칭이 청두보다 우위에 있다. 2023년 중국 최대의 명절인 국경절 기간 중 중국의 관광목적지 순위 평가에서 충칭이 2위에 그리고 청두는 15위에 올랐다. 또한, 2022년 중국 도시의 관광 영향력 순위에서는 충칭이 1위에, 그리고 청두는 20위에 올라 관광 부문에서는 충칭이 줄곧 청두를 앞섰다. 

  

  중국 국내 여행 성수기가 오면 충칭 자링강을 내려다보는 거대한 황금 불빛의 홍옌둥(洪崖洞)* 앞 긴 도로는 타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어 집 나온 강아지 한 마리도 비집고 다니기 힘들 정도다.     


* 홍야둥이라고도 한다. 자링강(장강의 지류) 옆 절벽에 있던 군사 요새를 개조해 복합 엔터테인먼트 단지로 꾸민 충칭의 야경 명소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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