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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택 Dec 29. 2023

젊은 나의 김포공항 스케치(3)

노스웨스트항공 NW030 서울-디트로이트 운항

  나는 1990년 7월 김포공항 국제선 체크인 카운터에 근무했다. 서울과 미국 디트로이트(DTW)를 운항하는 노스웨스트항공 NW030편의 운송 서비스업무를 우리가 대행했다. 운항 요일에 따라 도쿄(TYO)를 경유하기도 하고 디트로이트로 직항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운항편이 만석이었다. 매 편마다 미군 군속이 적게는 30명 많게는 60명 정도 탑승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B747 대형 항공기가 해당 노선을 운항했다. 퍼스트 클래스 12석을 포함하여 전체 공급석이 420석이며 이코노미 좌석 배열은 3-4-3으로 이루어졌다. B747은 항공기의 전반부가 2층 구조로 되어 있어서 공항에서 쉽게 눈에 띈다. 높이가 19.3m로 6층 건물에 해당한다. 길이 70m에 폭이 60m로 최대 490명의 승객과 25톤의 화물을 적재한다. 2007년 상업 비행을 시작한 초대형 항공기 A380이 출현하기 전까지는 지구상에 가장 큰 항공기였다. 


  보잉사는 B747을 당초 화물기로 개발하고 있었다. 조종실을 2층에 두고 화물기 컨셉트로 개발하던 중에 보잉은 여객기 개발로 선회했다. 대량 수송을 예측한 팬암(Pan Am)이 보잉사에 초대형 항공기 개발을 요청했다. 연평균 20%대의 항공수요 성장이 원인이었다. 


  증가하는 항공수요를 소화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항공기의 운항 횟수를 늘리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항공기의 공급력을 대형화하는 것이다. 전자는 항로 및 공항의 번잡과 환경 오염을 가중시키므로 항공기를 대형화하는 것에 공감대가 있었다.


  NW030편의 탑승을 시작할 때면 400여 명의 승객이 탑승구 앞에 긴 줄을 선다. 항공기가 만석이라면 직원은 탑승구에서 420명의 탑승권을 절취한다. 게이트에는 숙련된 직원을 배정하며 이들은 몇 가지 일을 동시에 한다. 


  먼저 탑승권 상의 편명과 목적지를 확인하여 부주의한 승객의 오탑승을 막는다. 가끔 확인하지 못해 손님을 잘못 태우는 경우가 있다. 이륙하기 전에 기내에서 오탑승 승객을 발견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목적지까지 가게 되면 항공기 도착 후에 입국하지 못하고 같은 항공편으로 돌아와야 한다. 승객이 입국 거절되었다고 해서 이를 디포티(Deportee)라 한다. 항공사는 이로 인해 목적지 국가로부터 벌금을 부과받기 때문에 담당 직원은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목적지와 편명을 확인하는 것 이외에도 탑승권을 절취하여 매 50장이 되면 가슴 높이의 옆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탑승 완료 시점에 탑승자 숫자를 대조하는데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가 또 있다. 

  “안녕하십니까. 즐거운 여행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스스로 하기 편한 인사말을 정해 고객에게 건넨다. 


  탑승권 회수에 한 사람당 3초가 걸린다고 가정하면 420명 탑승에 21분이 걸린다. 뜯어도 뜯어도 끝이 없다. 그때는 탑승권을 뜯는다고 표현했다. 고도의 집중력으로 탑승권을 뜯으며 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하니 탑승이 끝나면 기진맥진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모든 것이 수월해졌다. 일하기 편해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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