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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택 Dec 30. 2023

젊은 나의 김포공항 스케치(4)

국내선 레벨 카운터

  항공기 탑승 마감 시점에 항공기 출발에 필요한 서류 GD(General Declaration)를 공항 승기실에 한 부 제출하여 항공기 출항 승인을 받고 또 한 부는 도착지 공항 제출을 위해 승무원에게 전달한다. GD는 항공기의 국적 등록, 편명, 출·도착 공항, 승무원 숫자 및 명단, 탑승객 숫자 및 명단, 화물 적하 목록, 항공기 총중량 등을 내용으로 한다. 


*승기실: 공항에서 항공기의 입·출항 허가 및 기록을 관리하는 부서


  승객 탑승을 완료하면 항공기 도어를 닫고 브릿지를 항공기로부터 뗀 후 항공기를 푸시·백(Puch back)한다. 직원은 손에 든 워키토키의 주파수를 운항관리센터로 맞춘다. 항공기 도어 클로스 시간과 푸시·백 시간을 통보하고 이를 기록으로 유지한다. 


  출발 업무 역시 비대면으로 진화하고 있다. 비대면으로 수하물을 탁송한 승객은 동선을 고려하여 컨베이어벨트에서 가장 근거리에 위치한 보안검색대로 이동한다. 승객은 보안검색대에 설치된 카메라의 안면인식을 통해 출발 라운지로 입장한다. 


  탑승 역시 탑승 게이트에 마련된 카메라의 안면인식을 통해 항공기에 탑승한다. 공항의 모든 접점에서 승객은 실물 탑승권이나 ID를 제시할 필요가 없는 환경으로 진화하고 있다.


  항공 여행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도착 카운터는 승객의 수하물로 발생하는 비정상 상황이나 여행 중에 발생한 고객의 애로사항을 접수하고 처리하는 승객의 최종 접점이다. 기내에 물건을 두고 내렸다고 접촉하는 경우가 많다. 안경, 책, 지갑, 고급 볼펜, 카메라 등 물품도 다양하다. 항공사에서는 그것을 손님이 놓고 갔다고 하여 LB(Left Behind) 아이템으로 관리한다. 


  1989년과 1990년 상반기 김포공항 국내선에서 근무하던 18개월 동안 나는 숙직을 참 많이 했다. 김포공항 국내선은 오전 근무조와 오후 근무조의 2교대로 운영했다. 오후 근무조에서 남자 직원들이 번갈아 가며 공항 내 총괄사무실에서 매일 저녁 숙직을 했다. 그때는 지금처럼 보안시스템이 완벽하지 못했다. 순번이 되어 숙직을 서던 날 사무실을 둘러보니 공항 운송시스템과 운항 관련 책들이 많았다. 입사 당시 받았던 4주 교육이나 공항에 배치되어 받은 OJT(On the Job Training)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호기심 가는 내용이 많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나하나 보다가 뜬눈으로 날을 새고도 피곤한 줄 몰랐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오는 숙직 순번을 기다리기가 지루했다. 오후 근무일 때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당일 숙직자를 집에 보내고 대신 숙직을 섰다. 숙직은 회사에서 숙직비를 주거나 하는 초과근무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숙직자들은 나의 이러한 선행(?)에 고마워했다. 나는 총괄사무실에서 숙직하는 날이 늘어나면서 항공 업무에 대한 내공도 하루하루 쌓여 갔다.


  나는 레벨(Level) 카운터 업무를 보았다. 레벨 카운터 업무란 그 단어가 주는 의미 그대로 항공편의 예약자 수와 체크인 수의 균형을 유지하여 탑승률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예약자가 공항에 나와 체크인하는 시간대별 체크인 상황, 예약하고 공항에 나오지 않는 노쇼(No-show) 승객이 얼마나 될 것인지의 예측, 예약하지 않고 공항에 나와 좌석을 요구하는 고쇼(Go-show) 승객의 처리, 그리고 웨이트·앤·밸런스 시트(Weight & Balance Sheet)의 작성 등 항공기 탑승률을 높이는 동시에 안전 운항에 필요한 서류 작성 등 업무가 이에 속한다. 


  나는 출근을 위해 공항청사에 들어설 때면 바깥과는 다른 온도의 공기가 온몸에 부딪히는 느낌이 좋았다. 겨울은 겨울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문을 통해 물리적으로 구분된 두 개의 서로 다른 공간이 연결되는 느낌이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원형 문(Portal)을 통해 순간적으로 공간 이동하는 것처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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