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늦은 시간 양손에 쓰레기 봉지를 들고 검정색 모자를 푹 눌러 쓴 채 1층으로 내려 간다.
12시가 다 된 시간이면 엘리베이터의 에어컨은 이미 꺼지고 오가는 사람도 없다.
도중에 엘리베이터가 멈추어 서고 어느 아빠와 아들이 탄다.
아들이 아빠를 마주하여 양팔을 잡고 흔드니 아빠가 큰 품으로 아들을 껴안는다.
1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아빠와 아들이 손을 잡고 나간다.
쓰레기 처리장으로 가면서 그들 부자가 가는 방향을 보니 길 건너 GS25다.
스낵과 시원한 콜라를 사러 가는 모양이다.
며칠전 나도 그랬다.
밤늦은 시간 아들과 손을 잡고 GS25에 가서 콜라와 스낵,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샀다.
기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아들은 방학 3개월 동안 집에 와 있었다.
3개월의 시간은 순식간에 흐르고 우리 부부는 또 아들과 함께 지난 8월 24일 LA로 향했다.
그는 뮤직 업체 인턴 때문에 한 학기 동안 LA에서 공부한다.
지난 5월 중순 뉴욕 기숙사에서 뺀 짐은 3개월 동안 창고업체에 보관되어 있다가 8월 26일 UPS를 통해 LA 기숙사로 배달된다.
그런데 도중에 배달 사고가 발생했고 짐은 UPS LA 창고로 돌아갔다.
어떻게 해결할 지 고민하는 중에 구원병이 나타났다.
아들과 아직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온라인을 통해 음악을 교류하던 LA 친구가 아들이 LA에 잘 도착했는지 안부를 묻는 과정에 UPS의 배달사고가 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LA에서 K-POP을 하는 대만계 미국인 청년 Jeff다.
그는 기꺼이 자기 집의 도요타 픽업을 가져와 아들의 짐을 UPS 창고에서 옮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우리는 Jeff와 함께 쇼핑몰인 The Grove 안의 멕시코 식당엘 갔다.
그동안 온라인으로만 연락하다가 오늘 처음 만났다는 사실에 놀랐다.
처음 만난 사이이면서도 한걸음에 달려와 큰 도움을 주니 더욱 놀랐다.
우리 부부는 그 정성이 너무 고마워서 그에게 고맙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우리 부부에게 아들의 음악을 많은 뮤지션이 좋아한다고 아들을 치켜 세웠다.
그런 그가 너무 고마워 다음에 한국에 꼭 오라고 했다.
우리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Jeff와 다시 볼 것을 기약하며 작별했다.
The Grove를 빠져 나와 우리는 기숙사로 향했다.
나는 Jeff가 차로 옮겨 놓은 10개의 박스를 해체하여 물건을 분리하는 작업과 청소를 맡았다.
엄마는 아들의 옷을 정리하여 혹은 옷장에 넣고 혹은 벽장 옷걸이에 걸었다.
아들은 컴퓨터를 책상에 설치하고 음악 관련 기구들을 정리한다.
우리는 정리를 대강 마친 후 아들을 기숙사에 남겨두고 호텔로 돌아왔다.
다음날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니 아들과도 작별의 포옹을 했다.
LA에서 돌아온 지 벌써 20일이 지나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다.
추석 명절은 가족이 함께 하는 큰 기쁨이 있다.
그러나 이 단순해 보이는 기쁨도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가족은 충칭으로, 미국으로, 서로 떨어져 있으니 추석과 같은 명절에는 허전하다.
가족은 같이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