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CCTV
Somebody's watching you!
해영은 어릴 때부터 생각이 많았다.
빡빡머리 중학생 시절엔 더욱 그랬다.
햇살이 다정하게 1층 창문을 기웃거리는 한가한 일요일 오후다.
창문을 비집고 들어온 햇살이 촌티나는 노란색 장판 위를 간지럽힌다.
왼팔로 왼쪽 뺨을 지탱하고 옆으로 비스듬히 눕는다.
장판 위로 굴러 떨어진 햇살이 아지랑이로 피어올라 창문 쪽으로 하늘거린다.
마침 그곳을 지나는 조그만 개미 한 마리가 시야에 들어온다.
햇살에 붙들린 해영의 시선이 순간 개미로 이동한다.
저 개미는 자기 몸보다 수백 배, 수천 배 큰 해영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다.
해영은 그를 이렇게 두 눈 뜨고 지켜보고 있는데도 말이다.
해영은 엄지와 중지를 모아 그를 순식간에 방의 한 모퉁이로 튕겨 보낼 수도 있다.
또, 크리넥스 티슈 한 장으로 그를 잡아 휴지통으로 버릴 수도 있다.
아니면, 창문을 열고 친절하게 그를 창문 밖 세상으로 이동시킬 수도 있다.
어쩌면 무관심하게 그가 하는 대로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있다.
빡빡머리 해영은 개미를 상대로 할 수 있는 선택이 많다.
반면에 개미는 해영을 상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저 가던 길을 따라 방바닥을 횡단할 뿐이다.
개미를 지켜보던 해영은 스스로 개미가 되는 역할극을 해본다.
갑자기 개미가 된 해영은 두려움과 경외감이 밀려오는 것을 느낀다.
해영은 방바닥 위를 부지런히 가고 있고 해영보다 수백 배, 수천 배 큰 누군가가 해영을 지켜본다.
해영은 이를 인식하지 못하지만 해영을 지켜보는 그 누군가는 해영에 대해 많은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
튕길 수도, 버릴 수도, 새로운 곳으로 이동시킬 수도, 그리고 그냥 놔둘 수도 있다.
해영은 어렴풋이 전지전능한 권세를 가진 절대자의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한다.
그후 해영은 어디를 가든 그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빡빡머리 중학생의 가슴 속에 두려움과 안도감이 공존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어디를 가도 CCTV가 온 세상을 지켜본다.
길거리에서, 혹은 차 안에서, 돈이 담긴 가방을 습득하면 일찌감치 이를 경찰서로 가져가는 것이 좋다.
욕심을 이기지 못해 행여 'in my pocket' 했다가는 부끄러움과 수치에 붙들리게 된다.
CCTV는 모든 것을 지켜보고 또 기억한다.
Somebody's watching you!
해영 마음 속의 CCTV.
그가 품고 있는 CCTV는 부끄러움과 수치로부터 그를 자유롭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