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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식

환경친화적 & 원가절감

by 충칭인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2023년 분석에 따르면, 항공편 승객은 1인당 평균 약 1.43kg의 폐기물을 생성한다.

코로나19 이후 항공수요가 완전히 회복한 2024년의 경우 이는 연간 6백만 톤의 폐기물에 해당한다.

이 폐기물 중 약 20%는 손대지 않은 음식과 음료다.

탑재된 기내식이 비행 중에 소비되지 않고 폐기된 것이다.

이는 40억 달러(한화 약 5조 6천억 원)의 가치에 달하지만 사실상 소각되는 돈이다.

물론 이 음식과 음료가 밀봉되고 손대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것을 인도주의적 활동에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생물학적으로 처리하면 중요한 에너지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국제 케이터링 폐기물(ICW) 규정은 기내식 폐기물의 재사용, 기부, 재활용 및 생물학적 처리를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밀봉된 기내식이라도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

외부로 유출해서는 안된다.

기내식 폐기물의 재사용, 재활용을 위해서는 오래도록 이를 금지해 온 기존 규정을 변경해야 한다.


항공사는 기내식 탑재를 탑승객 수에 맞춰 최적화하는 것이 원가절감에 유익하다.

또한 음식물 폐기물을 줄일 수 있으니 환경친화적이다.

국적항공사는 한때 기내식을 넉넉하게 싣고 다녔다.

기내식을 다 먹고 머뭇머뭇 "하나 더 달라"는 승객에게 기내식을 건네며 "부족하면 또 말씀하세요"라고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

더 주는 승무원도, 더 받는 승객도, 모두 즐거웠다.

1988년 아시아나항공이 제2 민항으로 출범하면서 고객서비스는 획기적으로 성장했다.

철 지난 추억이다.


British Airways(BA)는 기내식을 충분하게 탑재하던 이전의 관행에서 벗어나 탑승객 수와 기내식 탑재 비율을 1:1 미만으로 조정했다.

이는 특정 승객이 휴식을 위해 식사를 포기할 수 있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

영국항공은 특정 심야 항공편과 이른 아침 항공편에 기내식을 승객 수보다 적게 탑재하는 실험을 했다.

이 이니셔티브의 목표는 장거리 비행이 끝날 때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상당한 양의 기내식 폐기물을 줄이는 것이다.

영국항공이 탑승객 수와 기내식 탑재 비율을 1:1 미만으로 조정한 유일한 항공사는 아니다.

실제로 일부 항공사는 케이터링 폐기물 감소와 비용 절감을 목표로 인공지능을 활용한다.

항공편의 소비되지 않은 음식의 양을 모니터링하고 미래의 소비량 추세를 예측한다.


기내식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기내식 취소 옵션을 도입한 항공사도 있다.

일본항공(JL), 델타항공(DL), 유나이티드항공(UA)이 그들이다.

이들은 외견상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항공 여행을 표방한다.

한경국제(2023)에 따르면 일본항공은 기내식이 음식물 쓰레기를 생성하므로 "기내에서 식사하지 않는 것이 윤리적인 일"이라고 승객을 계몽한다.

대신 어메니티 키트(기내 편의용품 세트)를 제공하는데 이것 역시 쓰레기를 생성하기는 마찬가지다.

델타항공은 비즈니스 승객을 대상으로 탑승 전에 공항 비즈니스 라운지에서 식사하고 기내에서는 식사하지 않도록 한다.

유나이티드항공은 기내식 취소 옵션을 도입했지만 다른 혜택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조선비즈(2023)는 대한항공 승무원이 사직하면서 쓴 기내서비스 관련 불만 섞인 내용을 기사로 실었다.

그 승무원은 탑승객 수에 맞게 실린 생수병을 나눠주고 더 요구하는 승객에게는 종이컵에 물을 서비스하는데 이때 생수병을 요구하는 승객에게는 여유가 없어 제공하지 못해 미안함을 느낀다고 했다.

기내식도 마찬가지다.

더 요구하는 승객에게 줄 수 있는 여유분이 없어서 회사 규정을 어겨가며 승무원들이 먹는 크루 밀(crew meal)을 주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회사의 비용절감 정책이 서비스 일선의 고충으로 이어져 안타깝다는 내용이다.


예전에는 물과 음료를 플라스틱 컵과 종이 컵에 담아 서비스했다.

생수병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달라진 모습이다.

기내식은 항상 예상 탑승객 수보다 여유있게 주문하였다.

최종 탑승객 수보다 기내식이 덜 실리는 상황을 대비하여 조금 넉넉하게 주문한다.

기내식을 더 달라고 하는 승객에게 더 줄 수 있었던 것은 여유분을 탑재했기 때문이다.

생수병과 기내식을 비용의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고객의 추가적 요구에 응하지 못하는 승무원은 회사의 원가절감 정책이 야속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 항공사들이 기내식 탑재를 최적화하려는 시도를 주목해야 한다.

이는 원가절감에도 유익하고 세계 환경에도 유효하여 지속 가능한 항공 여행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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