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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한령(限韓令)

문화 브랜드 구축을 위한 여정

by 충칭인연

6월 26일 목요일 06:40분.

인천공항 1층 입국장 B 게이트 앞에 도착했다.

아침 일찍부터 마중나온 사람들로 붐볐다.

혹은 서성거리며 혹은 자리에 앉아 모두들 입국 게이트를 주시한다.

단발머리 아시아나항공 여승무원 하나가 입국장을 빠져나온다.

피곤한 듯 무표정한 얼굴이다.

그녀의 손에 덜덜거리며 끌려 나오는 캐리어 역시 그녀처럼 지쳐보였다.


입국장 게이트 위에 걸린 항공기의 도착 정보 안내판이 바쁘게 움직인다.

항공기의 도착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느라 분주하다.

항공기가 활주로에 착륙하면 'LANDED'로 표시된다.

그리고, 브릿지 옆 주기장으로 들어오면 'ARRIVED'로 표시된다.

이쯤에서 승객의 하기가 시작된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새벽 2시에 충칭(CKG)을 출발한 OZ354편 항공기는 10여분 일찍 도착했다.

중국 서부에서 출발한 항공기는 편서풍에 실려 예정시간보다 빨리 도착했다.


한참을 기다리니 충칭연예공사 부사장 일행 2명이 환하게 웃으며 입국장을 빠져 나온다.

이들은 공무여권으로 입국하였으며 3박 4일 동안 방한 일정을 소화한다.

한국의 선진화된 공연예술문화의 도입을 통해 충칭 자체의 문화적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한중 간 공연예술문화 교류에는 장애 요인이 존재한다.

한한령(限韓令)이 그것이다.

2016년 7월 사드(THAAD)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은 2017년 문화와 관광 부문에 한한령을 발동했다.

중국은 자국 여행사에 중국인에 대한 한국 단체관광 상품의 판매를 금지했다.

또한, 중국 국내에서 한국 아티스트의 문화 상품의 제작, 공연, 방송 등을 제한했다.

5년이 흐르고, 중국은 그간 사드로 봉쇄했던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을 2023년 8월 해제했다.

중국은 오히려 한발 더 나아가, 2024년 11월 한국인에 대한 중국 비자 면제 조치를 단행했다.

갑작스러운 우호적 제스츄어에 당황했지만 많은 사람이 이를 반겼다.

이렇듯 관광 부문의 한한령은 해제되었다.

하지만, 문화 부문은 여전히 한한령의 제약을 받는다.

K-컬쳐의 대 중국 수출은 그 대동맥이 아직 끊겨 있다.

관광 부문의 진일보한 조치는 이제 문화 부문의 해빙으로 이어질 것이다.

관광 부문에 이어 일정 시차를 두고 문화 부문의 한한령 역시 해제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부사장 일행 2명과 함께 주차장을 빠져나와 송현아(송도 현대프리미엄 아울렛)로 향했다.

타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사전 준비된 3박 4일의 빠듯한 일정을 논의했다.

식사 후 마포 상암에 소재한 스탠포드호텔 코리아로 이동하여 체크인을 했다.

미팅 약속 시간이 되어,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박스미디어 사무실로 이동했다.

이들은 10개월 전에 충칭에서 만난 적이 있다.

서로 구면이어서 그런지 회의 내내 화기애애했다.

박스미디어의 박해순 대표와 이상훈 감독은 작년(2024년) 8월 말 유덕화의 충칭 공연에 초대되었다.

60이 넘은 글로벌 스타의 열정과 에너지, 가창력, 그리고 무대 디자인과 관객 호응에 다들 깜짝 놀랐다.



당시 충칭시 해방비 부근에 위치한 충칭연예공사 사무실을 방문하여 충칭연예공사 사장의 환대를 받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박스미디어를 방문한 충칭 일행은 한국 프로젝트의 중국 도입 등을 주제로 논의했다.

후속 업무를 진행하기로 하고 한 시간 가량의 회의를 마쳤다.

그리고, 안내를 받으며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방송국이 밀집한 상암동 문화거리를 지나 식당 덕승재(德勝才)로 향했다.

사마광의 <자치통감>에 덕승재(德勝才)의 의미가 기록되어 있다.

"덕승재 위지군자 德勝才 謂之君子,

재승덕 위지소인 才勝德 謂之小人"

"덕이 앞서는 자를 군자라 하며, 재주가 앞서는 자를 소인배라 한다."

전자는 주변이 깨끗하고 어디에서나 조용하고 차분하다.

후자는 주변이 어지럽고 가는 곳마다 소란스럽고 다툼이 있다.

정갈한 음식을 나누는 즐거운 자리에서, 잊고 지냈던 덕의 중요성을 새삼 깨우친다.

좋은 사람들과 식사를 즐기며, 2026년 중국 투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한령의 해제를 기대하며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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