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2의 합병(2)
산업은행과 대한항공의 시장이분지계(市场二分之计)
미래에셋대우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HDC현대산업개발이 2019년 11월 아시아나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현대산업개발은 강서구 오쇠동에 있는 아시아나항공 본사에 실사 팀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실사에 들어갔다. COVID-19 발병으로 인수 환경이 급격히 변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나라마다 자국의 국경을 봉쇄하고 나섰다. 전 세계 공항에서 하루 10만 회를 뜨고 내리던 항공기는 이제 25m의 간격을 두고 줄지어 세워지기 시작했다.*
* 항공기 엔진 가동(점검) 시 뒤의 항공기에 먼지나 배기가스가 미치지 않도록 항공기의 앞뒤 간격을 25m로 유지하고 주기한다. (CNA Insider. 2020)
2020년 1월 국내에서 첫 환자가 발생하고 3개월이 지난 2020년 4월의 국제선 항공기 운항 횟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6%가 감소했다. 국제선 여행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9%가 감소했다.
국내 항공 및 관광업계는 정부의 재정적 지원 없이는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지경이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사무총장 알렉산드르 드 주니악(Alexandre de Juniac)이 2020년 3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다. 정부가 국적항공사에 재정 지원해야 할 항목을 세세하게 나열했다.
실사를 진행하던 현대산업개발은 코로나19로 아시아나항공의 주가가 하락하고 적자 폭이 확대하자 재평가가 필요했다. 아시아나항공 임원과의 일대일 면담 등을 토대로 채권자인 산업은행과 인수가격에 대한 재협상을 시도했다. 산업은행(前 이동걸 총재)은 현대산업개발의 인수를 철회하고 대한항공의 인수·합병을 결정했다.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을 찾아 시장이분지계(市场二分之计)를 내놓았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흡수하고 시장을 대한항공그룹과 독립 LCC로 양분하는 구도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그리고 국적 LCC로 이루어진 기존의 삼각구도는 수요 성격별로 경쟁 상대를 구분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과 국적 LCC, 그리고 자회사 LCC*와 독립 LCC가 각각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고가수요, 중·저가 프리미엄 수요, 저가수요로 경쟁 상대가 정해진다. 시장 참여자 각각의 분투로 시장 전체의 수요 규모가 확대되는 안정적 구도였다.
* 자회사 LCC는 대한항공의 진에어와 아시아나의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말한다.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은 독립 LCC라 한다.
그러나 대한항공그룹과 독립 LCC가 맞서는 구도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힘의 균형이 깨지면서 시장의 경쟁 모드는 힘 가진 자의 공격 모드로 전환할지도 모른다. 시장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완충 역할이 사라졌으니 대한항공은 이제 자회사 LCC와 함께 독립 LCC를 효과적으로 협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예를 들면, 인천-나트랑 노선에서 대한항공이 낮은 가격과 높은 공급력을 투입하여 자회사인 진에어와 함께 같은 노선을 운항하는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을 집중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시장이분지계(市场二分之计)로 ‘대한항공의 꿈 어게인’이 시작되었다.
오나라의 손권이 파·촉을 치고 천하를 조조와 손권으로 이등분한다는 주유의 ‘천하이분지계(天下二分之计)’는 그의 죽음으로 실현되지 않았다.
솥을 지탱하는 세 개의 발 중 하나가 무너지면 솥 전체의 구도가 불안해진다. 우리 항공운송시장의 경쟁 구도가 안정적인 삼각구도에서 대한항공그룹과 독립 LCC의 이분 구도로 이전해 간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