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가 다니는 초등학교 하교시간에는 늘 하교도우미분들로 북적인다.
이 동네는 맞벌이 비율이 매우 높아 아이 친구의 부모보단 보통 조부모님과 도우미 이모님들과 안면이 더 있다.
아이들은 점심 후 하교시간만 되면 마치 해방이라도 된 듯이 신나게 소리 지르며 저만치 뛰어간다.
아이들의 가방을 대신 짊어진 어른들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길을 걸어가곤 한다.
이런저런 대화들 속 꼭 등장하는 말들은
"아휴~ 애들은 엄마가 키워야 해~ 엄마가 옆에 있으니 얼마나 좋아."
"그래도 저는 돈 잘 벌어오는 엄마가
더 좋을 것 같은데요..^^;"
"아니야~ 애들은 엄마가 옆에 딱 있어야 안정감도 있고 좋은 거야."
내가 옆에 있는다고만 해서 아이의 마음이 안정이 될까?
나는 늘 불안했다.
외벌이를 해도 충분할 만큼 생활이 넉넉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전업으로 있는 것이 가시방석이었다.
성격상 불안과 걱정이 많은 편이라 그런지 남들에게 어린아이들을 맡길 수도 없을뿐더러
아이들의 조부모님들은 도와주시질 못한다.
결국 난 아이들을 하나부터 열까지 24시간 케어하는
일을 했지만 점점 아이들이 커가면서 나의 손길이 줄어들어가려고 하니 돈을 벌고 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일자리를 알아보니 점심때 하교하는 저학년 첫째로 인해 도저히 시간이 맞질 않는다.
방과 후는 5일 내내 하다 보면 비용이 너무 비싸고 돌봄 신청을 하자니 경쟁이 치열해 당첨을 기다려야 할판.
그렇다고 학원뺑뺑이를 시킬수도없고.(사교육비이상의 연봉을받아야 뺑뺑이도 가능하다는 것)
나도 하교도우미를 고용하고 일을 해볼까? 싶다가도 구인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일하려는 의지가 없어 보이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남편 역시 하고 싶으면 그냥 하면 된다, 아이들은 알아서 상황에 맞게 크게 되어있다고 하지만
감기에 고열에 밤새 아이 곁을 지킨 것은 나인데 다음날 출근해야 한다고 남편을 자게 두던 나의 배려가
'알아서 큰다'라는 말로 가시가 되어 돌아왔다.
나는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인생까지 내 어깨 위로 더 얹어지는 것 같아 몸이 정말 무거울 것만 같다.
아예 처음부터 아이들이 아기였을 때부터 바로 일을 시작했다면 경력단절 없이 쭉 치고 나갔을 것 같은데
지금에서야 다시 시작하자니 솔직히 두렵다. 8년이라는 시간이 준비기간이 아니라 뒷걸음질 쳐온 만큼의 거리라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새삼 같은 아파트에 살았던 둘째 아이 친구의 엄마가 생각났다.
남초회사에서 꿋꿋이 멋있는 커리어를 쌓던 그 엄마도 아이 둘 낳고 나니 도저히 일할 수 없었고
결국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자격증을 따 틈틈이 시간제로 출근하는 애기 엄마가 생각났다.
엄마는 정말 위대하구나.
나는 그만큼 절실하지 않았나 보다. 그렇게 또 고개가 푹 숙여졌다.
2년 전쯤인가, 시어머니와 대화 중에 "내일은 둘째랑 같이 친구네 집에 가기로 했어요."라고 하니
돌아오는 말이
"아 그래? 그 엄마도 집에서 노니?"
였다.
무심코 하신 말 같았으나 본인도 맞벌이로 평생 일해오신 분이기에 머릿속에
일하는 엄마 vs 집에서 노는 엄마 이렇게 구분되어 있으신 것 같았다.
그러나 나에게 말씀하실 땐, 아이가 세 살까지는 무조건 엄마가 옆에서 키워야 애들 정서에 좋다고
절대 일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그런 식으로 스쳐 지나가는 말들에 많은 상처를 받은 세월이 8년이다.
결혼한 지 6년이 지나가니 나도 제법 맷집이 생겨서 절대 듣고만 있지는 않지만
한번 패인 상처에 새 살은 돋아나지 않더라.
맞벌이하는 엄마들의 대부분이 집안일도, 육아도, 일도 아빠들보다 더 많이 신경 쓰고 할 수밖에 없음을,
얼마나 힘든지 엄마들의 마음을 토닥토닥해주고 싶다.
그렇지만 집에 있다고 해서 집이 온전히 편한 적은 단 한순간도 없었던 나 같은 엄마도 있다.
그 힘든 아기시절 다 키워놓고 나니 이제는 돈을 벌러 전장 속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이제는 두 손에 무기도 없고 정말 무식하게 맨 주먹으로 달려들어야 하는 그 심정을
누군가는 좀 알아주었으면 하는.
그 작은 위로가 연료가 되어 정말로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기꺼이 말하고 싶다. 내가 잘할 수 있게 용기를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