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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Nov 22. 2016

NYCL#9 미슐랭

    최근 한국에서는 미슐랭이 핫하다. 최초로 정식 한국판이 발간되어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이 한국에서도 드디어 등장했기 때문이다.

    사실 미슐랭 가이드는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미식의 나라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프랑스에서 비롯된 이 잡지는 기이하게도 타이어 제조업체로부터 발간되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타이어 회사였던 미슐랭 사에서는 타이어 구매 고객들에게 사은품으로 무료 잡지를 제공했다. 여기에는 타이어 정보, 교통법규 등 자동차 관련 정보 뿐만 아니라 프랑스 전국의 여행, 식당 안내가 포함되어 있었다. 마치 곳곳의 information center에 가면 비치해 놓은 여행 팜플렛처럼, 프랑스를 여행하는 고객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주고자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교통법규 따위(?) 보다 식당에 관한 내용이 호평을 받기 시작하면서 잡지가 유료판매되기 시작했고, 100여년이 지난 지금은 전 세계적인 레스토랑 안내서로 자리매김하였다. 난다긴다 하는 세계의 유명 셰프들은 미슐랭 스타를 받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러한 셰프들의 이야기는 심지어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2012년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쉐프'

   한편, 지난 1월 31일에는 프랑스 출신 유명 셰프인 브누아 비올리에가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브누아 비올리에는 스위스 로잔에서 레스토랑 드 로텔 드 빌(Restaurant de l’Hôtel de Ville)을 운영하던 셰프였는데, 이 레스토랑은 프랑스 외무부가 발표한 세계 1000대 레스토랑 리스트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미슐랭가이드에서 3스타를 받은 스위스의 3개의 레스토랑 중 하나였다.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셰프라는 그가 미슐랭 가이드 2016년판 발표를 하루 앞두고 자살하자 외신들과 지인들은 그가 미슐랭 별점을 유지하려는 극한의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한 것이 아닌가 조심스레 추측하기도 했다.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16/feb/01/worlds-best-chef-benoit-violier-found-dead


 과연 미슐랭이 무엇이길래, 어떤 레스토랑들이 3스타를 받기에 이토록 화제가 되는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뉴욕에는 2016년 기준 총 6개의 3스타 레스토랑이 있다. 한국 전체를 합쳐서 3스타 레스토랑이 단 두 개 있는 것을 고려하면 굉장히 많은 숫자다. 한편으로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식들이 상존하는 곳이 뉴욕이기에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2016년도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은 2015년도에서 변하지 않은, "The Chef’s Table at Brookyn Fare", "Eleven Madison Park", "Jean-Georges", "Le Bernadin", "Masa", "Per Se"  이렇게 여섯 레스토랑이 선정되었다. 2012년~ 2014년 3년간 3스타로 평가되었던 "Daniel"은 2015년 2스타로 강등된 이후로 여전히 2스타에 머물러 있다.


 뉴욕의 음식 이야기를 하자면 글을 10편쯤 써도 부족하겠지만, 오로지 미슐랭에 대해서만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나는 3스타 레스토랑 중 오직 "Jean-Georges"만 방문해 보았다. 이 레스토랑은 센트럴파크 초입에 있는 Trump International Hotel에 위치하고 있다. 내부 분위기는 생각보다 캐쥬얼하고 모던하다. 정장까지 반드시 입고 갈 필요는 없다. (어떤 레스토랑들은 정장차림을 요구하기도 한다.) 종류는 프렌치이다. 프랑스 출신 셰프 장조지 아저씨의 요리는 정통 프렌치라기보다는 Americanized French의 느낌이 났다. 그래서인지 메뉴들은 생각보다 생소했다. 대부분 장조지의 음식들을 체험해보려면 Tasting menu를 선택하는데, 재료 등이 계절에 따라 셰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코스메뉴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Jean Georges. Google image에서 발췌

 장조지 아저씨는 뉴욕에만 ABC Kitchen, Nougaine at Jean-Georges, Jojo, Perry St, The Mercer Kitchen 등 10개에 달하는 Sub restaurant들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Jean Georges보다 대중화되고 가격이 저렴한 메뉴들을 판매하는데, 둔한 내 입맛엔 대부분 컨셉이나 맛이 비슷한 것 같았다. 실패하지 않고 적당한 가격으로 무난한 맛을 내는 프랜차이즈 같은 느낌이랄까.


 미슐랭 2스타 식당 중에 가본 곳으로는 Daniel과 Atera가 있다. Daniel Buolud도 한국을 비롯해서 세계적으로 장조지 아저씨만큼이나 유명한 셰프인데, 이 아저씨가 운영하는 메인 레스토랑이 바로 뉴욕에 있는 Daniel이다. 이 곳에서는 앞의 장조지와는 다른 정통 프렌치 레스토랑의 느낌이 난다. 분위기도 장조지에 비해 약간 더 formal한 편이다. 정장을 입고 오라고 안내되어 있었는데, 구두를 신지 않은 내 차림새로도 입장이 된 것으로 보면 복장에 대해 그리 엄격한 것 같지는 않았다. Daniel의 좋은 점은 pre-fix menu가 있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코스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tasting menu도 있으며 이것은 다른 레스토랑들과 비슷한 가격이다. 한번 쯤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에 가 보고 싶다면 Daniel을 강추한다. 다니엘 아저씨 역시 뉴욕에 여러 개의 sub restaurant들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Cafe Boulud와 DB Bistro Moderne, DBGB Kitchen&Bar가 있는데 나는 DBGB밖에 가보지 못했다. Cafe Boulud에 대해선 상당히 좋은 평들이 많았지만 DBGB는 정말 평범한, 아메리칸 레스토랑이었고 다니엘 아저씨의 흔적을 전혀 느낄 수 없었기에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정말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평이다.)

Daniel 내부사진. Google Image 발췌

 Atera는 앞의 두 식당들만큼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turn을 정해 소수의 팀들만 받는다는 점과 오픈주방에서 주방장이 직접 요리를 만들어서 손님에게 곧바로 내어주는 점이 좋았던 레스토랑이다. 내가 길찾기 바보이기도 하지만, 레스토랑이 상당히 후미진 맨하탄 남쪽에 있어서 이곳을 찾느라고 20분을 헤맸다. 정말 의외의 곳이 입구라서 몇 번을 그냥 지나쳐갔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아테라는 다른 메뉴가 없고 오로지 tasting menu 하나 뿐이다. 처음에 가자마자 책을 한권 주길래 메뉴인가 했더니 와인북이었다. 와인메뉴가 두꺼운 책 한권이라니. 깜짝 놀랐었다. 심지어 "북"에 걸맞게 목차까지 완비되어 있다.

나를 놀라게 한 와인북의 목차

 메뉴는 총 18가지 정도이며, 2시간을 기본으로 한다. 18가지 요리를 한 사람이 어떻게 다 먹을까 싶지만, 한 메뉴당 음식양이 매우 적어서 무난히 코스를 소화할 수 있다. 아테라의 요리는 프렌치도 아니고 이태리도 아닌, 퓨전요리의 느낌이다. 국내에서 유명한 류니끄의 분자요리 같기도 했는데- 플레이팅이 굉장히 정교하고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정교한 플레이팅. 마치 연못을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오픈주방으로 한 타임당 약 14명의 예약만을 받는 소규모 레스토랑이다.

 음식의 천국 뉴욕인만큼 다양한 레스토랑을 찾아 경험을 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미식가들의 입맛과 내 입맛은 천양지차일 수 있어도, 미식가들의 인정을 받은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것은 다소 나같은 일반인들에게는 특별하고 드문 경험이 될 것이다. 요리사 분들은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투어를 목적으로 뉴욕에 오기도 한다고 하니, 뉴요커로써 더욱 분발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한국에 돌아가기 전까지 남은 5개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에 방문할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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