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빠르게 변화하는 홍콩
홍콩 주요 관광지인 빅토리아 피크의 명물이었던, 장국영의 영화 ‘금지옥엽’에 등장한 ‘카페 데코’는 진작 사라지고 없었다. 스타의 거리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이전 공사 중이고, 센트럴의 ‘홍콩 아이’라고 불렸던 대관람차는 기약도 없이 운행을 중단하기 일쑤다. 등려군 카페라든지 이소룡 샵은 완전히 없어지거나 다시 오픈하겠다는 말만 수개월째고, 길거리의 작은 완탕면 가게 메뉴판은 뒷자리 숫자를 5나 0으로 바꾸며 가격을 올리는 중이다. 손에 고이 쥐고 간 지도와 정보지가 멋쩍어지는 순간이다.
도시는 빠르게 변한다. 어쩌면 여행을 인도한다는 것은 어느 가게의 이름이나 위치를 알려주는 것 만으론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종이 위에 인쇄된 정보는 도시의 변화 앞에 늘 과거일 뿐이다. 여행자가 당도하여 눈으로 목도하는 순간만이, 가장 최신의 정보인 것이다.
홍콩을 또 찾고자 하는 이유를 찾아본다. 사실 내 마음속에 있는 홍콩은 1980년대의 어느 영화 속 장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정보지는 필요가 없다. 오로지 뜨거운 콘트리트 바닥이나 오래된 건물만 있다 하여도, 나는 충분히 홍콩을 즐겁게 감상할 수 있다.
그리하여 나는 정보지나 추천이 적힌 종이를 내려놓는다. 비로소 '마음 씻기는 여행'을 하고있다고 느끼는 순간은, 아무 계획 없이 당도한 어느 골목에서 맡은 누군가의 집 냄새 같은 것이다. 하교하는 여중생의 교복 뒤로 느껴지는 달콤한 아이스바 냄새, 어느 가게 앞에서 마주친 강아지의 낮잠, 그 위로 흐르는 라디오 속 낯선 노래 같은 것이다. 멜로디가 너무 좋아서 노래 제목을 물어보면, 현지 언어로 꼬불꼬불 종이에 적어주는 그런 따뜻함이다.
아주 사소하고 여유로운 찰나 속에 '여행의 본질'이 숨어있다. 마치 시험 통과하듯 바쁘게 체크리스트를 지우며 거대한 관광지를 찾아가는 과정에선 절대 알 수 없다. 삶을 엿보고, 맛을 느끼고, 노래를 외우다보면 어느덧 집에 갈 시간이 다가오는 것이다.
어느 골목에서는 '중경삼림'을 만난다. 처음 만난 경찰의 목덜미 끝 땀냄새가 작은 단편영화같은 스토리를 확장시킨다. 어느 식당에서는 '화양연화'가, 어느 밤거리에서는 '천장지구'가 떠오른다. 괜찮은 여행이라는 것, 홍콩에서 배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는 매년 홍콩을 찾았고, 또 홍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