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복의 세계
우리 가족은 대대로 옷을 좋아한다. 엄마와 동생은 다양한 이유로 옷을 샀다. 계절이 바뀌었다고, 색이 다르다고, 취향이 변했다고, 요즘 유행이라고, 기분이라고. 외할머니는 최근까지 새빨간 비싼 코트를 아껴 입으시는 멋쟁이시다. 고모는 외국을 자주 오가는데, 만날 때마다 어울릴 것 같다며 옷을 선물하신다. 옷을 좋아하는 멋쟁이들이 가득한 집안, 나는 그 속에서 옷 쇼핑에 질린 사람이었다.
흰색 반팔티 2개와 검은색 레깅스 2개. 내가 가진 유일한 요가복이었다. 이것마저 요가를 위해 따로 마련한 것은 아니었고, 헬스와 필라테스, 클라이밍과 크로스핏, 그리고 춤을 넘나든 지난 운동 경험의 부산물이었다. 적은 요가복이었지만, 많은 운동을 함께한 만큼 검증되고 편한 옷이었다. 문제는 요가를 생각보다 더 자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빨래 속도가 수련 빈도를 따라가지 못했고, 새로운 옷이 필요했다.
상의는 그나마 괜찮았다. 대체제가 많았다. 반팔 티, 나시와 같은 비슷한 역할의 다른 옷으로 돌려 막기가 가능했다. 그렇다. 문제의 주인공은 하의였다. 그제야 요가원의 하의를 둘러보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관심을 가지고 보니 요가복에도 종류가 많았다. 넓디넓은 하렘바지부터 긴 레깅스, 짧은 레깅스 (바이크 쇼츠), 부츠컷 레깅스, 조거 팬츠까지.
요가를 오래 한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에게 맞는 요가복을 입고 있어 보였다. 이미 자신의 몸과 하나가 된 듯해 보이는 요가복을 걸치고 편안한 움직임을 이어갔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멋쟁이들 사이에서 보고 자란 나도 옷 취향이 뚜렷했다. 편안한 재질, 세탁하기 편한 옷감, 운동복의 경우 크지 않은 사이즈, 흰색, 검은색의 옷과 포인트 색의 아이템, 그리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옷. 모든 소비가 그렇겠지만, 취향에 맞는 요가복을 고르는 일에도 시행착오가 필요했다.
요가에 편한 재질에 대해 알지 못했고, 브라탑만 입고 하는 운동이 익숙하지 않았다. 하렘바지와 짧은 레깅스는 입어본 적이 없었고, 긴 레깅스마저도 오랜만에 새로 구입하려 하니 인터넷 상세 페이지로만 소재와 사이즈를 정하기는 어려웠다. 거기다 요즘 멋지고 예쁜 요가복 브랜드는 언제 그렇게 많이 생긴 건지, 그들의 멋진 철학에 반했다가, 또 다른 예쁜 화보에 눈길이 가기를 반복했다.
첫 도전은 하렘바지였다. 요가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바지였고, 아쉬탕가 수련을 하다 보면 종종 땀이 났는데, 그때마다 레깅스가 무겁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시원한 재질의 통 넓은 하렘바지를 구매했다. 입고 벗기는 정말 편했지만, 서서 다리를 올릴 때면 바지가 다리를 반대로 당기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우티타 하스타 파당구쉬타아사나)
그래도 땀에 붙는 느낌이 나지 않아 기존 레깅스보다 하렘바지를 더 즐겨 입었다. 마리챠아사나 D를 만나기 전까지. 다리를 접고 몸통을 강하게 비트는 마리챠아사나 D는 팔을 다리에 걸어야 했다. 문제는 시원하고 빨리 마르는 재질이 생각보다 미끄러웠다는 것이다. 다리를 접으니 넓은 바지폭이 차지하는 부피도 늘어났다. 팔을 걸 때마다 평소보다 조금 멀리 돌아간 팔은 쉽게 미끄러졌다. 분무기로 물을 뿌려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미끄러웠다. 선생님께서는 레깅스를 권했다.
땀이 나면 불편했던 그 레깅스로 돌아왔고, 그 사이 아쉬탕가 진도는 더 나갔으므로, 수련 내내 새로운 하의에 대한 미련이 맴돌았다. 짧은 레깅스를 잠시 도전했다가 무릎이 쓸려 빠르게 포기했다. 남은 후보는 밑에 통이 조금 넓은 부츠컷 레깅스였다. 막연하게 불편해 보였던 마지막 후보였다. 그런데 가장 꺼렸던 도전은 두 번째 성공이 되었다. 복부에서 허벅지까지는 몸에 착 붙고 밑통만 넓어, 다리는 위로 올리는 동작에도 불편하지 않았다. 거기다 넓은 밑단 덕에 조금 긴 상의와 함께 입으면 일상복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지금 나의 요가복 취향은 크롭 반팔 티에 부츠컷 레깅스이다. 요가를 마치고 바로 일상복과 조합하기 가장 편하기 때문이다. 또 언제, 어떤 이유로 취향이 변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사실 지금도 하의가 편해지니 더 잘 편한 브라탑을 찾고 싶다는 욕심이 가끔 생겼다 잠잠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렇게 직접 경험하고 감각하는 취향을 좋아한다. 다양한 요가복 사이에서 재미있고 든든한 취향을 쌓아가고 있다.
@_littlemov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