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일기] 균형 잡아가기

by 여 름


집 앞에 제법 오래된 상가가 있다. 오래되었지만 1층에는 관리인이 상주했고 깨끗하게 관리된 건물이었다. 엘리베이터와 계단이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구조였는데, 계단에는 '걸어서 올라가면 운동 효과 더블!'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계단의 문구는 4층에 위치한 헬스장까지 이어졌지만, 항상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한 번에 이동했다. 제법 저렴한 비용으로, 원하는 시간대에 운동할 수 있는 곳. 지나치게 덥거나 추운 날에도 쾌적하게 달릴 수 있고, 특정 근육을 타깃 한 근력 운동은 물론, 전신 스트레칭을 위한 도구까지 준비된 곳.


야근을 마친 어느 날, 무거워진 다리를 이끌고 헬스장을 향했다. 유독 다리가 무거웠던 그날, 엘리베이터는 나의 의지를 시험했다. 엘리베이터 고장, 그리고 4층. 4층이라. 평소에도 잘 걷지 않는 높이였다. 하필 또 바로 앞에 집이 있고,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는 정상이었다. 망설이며 서 있는데,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발걸음은 2층을 향했다. 그날 처음으로 2층에 요가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 곧 수업이구나. 저런 단체 수업 오랜만이다.'


분주한 분위기에 이끌려 2층까지는 쉽게 올라왔다. 2층 요가원 입구에는 '마이솔'이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마이솔이 뭐지?'


궁금해할 무렵 헬스장에 도착했고, 운동하며 들을 유튜브 영상을 고르고 있었다. 마이솔이 뭐지? 자연스럽게 검색창에 '마이솔'을 입력했고, '마이솔'에 대해 알게 되었다. 아쉬탕가 요가의 수련 방식 중 하나로, 요가를 안내해 주는 선생님이 동작의 순서와 방법을 설명해 주는 단체 수업과 달리, 한 공간에 모인 개개인이 각자의 진도를 나간다는 설명을 듣고도 쉽게 와닿지 않았다.


아쉬탕가 요가는 순서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수련 방식이었다. 요가원마다 다르지만 3시간 이상 공간을 열어두고, 사람들은 각자 도착해 각자 수련을 시작한다. 한 동작씩 수련자가 소화할 수 있을 만큼 개별 진도로 동작을 배워나간다. 초반에는 30분 내외로 진도 분량을 혼자 수련할 수 있고, 숙련자는 진도를 많이 나간 만큼 수련 시간도 길어진다. 이 모든 설명보다 팔로 온몸을 지탱하기도 하고, 머리로 온몸을 번쩍 들어 올리기도 하는 동작이 멋있어 보였다.


그렇게 시작한 마이솔. 멋있어 보이는 동작까지 가는 길이 이렇게 멀고 험난할 거라는 건 알지 못했다. 그래도 꾸준히 근력 운동을 해왔기에, 요가 동작에서 근육을 잘 못 쓸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바르게 서고, 바르게 앉는 것조차 못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평소 운동을 좋아했고, 여러 가지 운동을 경험하며 자세가 좋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그런 내가 바르게 서 있지 못한다니?


사진을 통해 본 나의 모습은 좌우가 많이 틀어져 있었다. 돌아보면 요가가 아닌 다른 운동을 할 때는 좌우 균형에 대해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좌, 우의 힘이 다르다는 것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만, 짧은 호흡에 동작이 끝나는 헬스에서는 그 잠깐을 버티면 되었고, 클라이밍이나 크로스핏에서는 더 강한 쪽이 더 많은 힘을 내면 그 동작을 지나갈 수 있었다. (물론 몸에 무리가 가 쉽게 부상으로 이어졌다) 수영을 할 때도 양 팔의 가동 범위가 다르다고 느꼈지만, 다리 힘으로 추진력을 얻었기에 앞으로 나아가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좌우 균형을 의식하며 운동하는 건 요가가 처음이었다. 맨 몸이기에 가능했다. 아니, 정확히는 맨 몸을 나만의 속도로 움직이기에 가능했다. 양손으로 매트를 밀어내는 간단한 동작에 양손의 균형을 의식하니 간단하지 않았다. 똑바로 서는 것도 양발의 무게를 의식하니 당연하지 않았다. 좌우로 동작을 반복하는 수련 시퀀스는 양쪽의 차이를 계속해서 느끼게 하였다.


마이솔 수련을 이어가는 요즘, 더 이상 '멋있어 보이는' 동작에 욕심을 내지 않는다. 그보다 좌우 균형에 더 많은 신경을 쓴다. 좌우 균형을 시작으로 상체와 하체를 고르게 쓰는 일, 일과 휴식을 고루 의식하는 일, 수면 시간과 운동 습관의 균형을 찾는 일, 혼자 보내는 시간과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의 적절한 비율을 정하는 일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시도한다. 여전히 불균형한 요가와 비틀거리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조금씩 나만의 중심을 찾고 만들어가고 있다.



@_littlemo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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