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회식을 목요일에 한다. 오랜만에 연말 회식이 생겼다. 12월 둘째 주. 여느 때와 같은 목요일이었지만, 그 어느 해보다 추운 날씨기도 했다. 술기운이 오른 사람들 덕에 조금씩 분위기가 달아올랐고, 사람들의 대화소리도 커졌다. 시끌벅적한 회식을 무려 3차까지 하고 나온 밤. 목이 아팠다.
대화를 너무 많이 했나?
빨리 집 가서 조금이라도 더 자야겠다.
다음 날, 아픈 목은 기침과 콧물로 이어졌다. 심상치 않다. 정류장 앞 약국에서 목감기 약을 사들고 출근했다. 지난밤 귀갓길에 대한 뒤늦은 안부를 주고받으며 업무를 시작했다. 콜록콜록. 여기저기서 기침소리가 들렸다. 부지런히 점심시간에 병원을 다녀온 사람들은 독감 소식을 전했다.
아니, 회식하고 독감이라니. 억울하잖아?
그렇게 시작했다. 12월 셋째 주가 되니, 온몸이 본격적으로 아팠다. 도저히 출근할 수 없어 몇 번의 휴가를 쓰기도 했다. 그 와중에도 업무를 멈출 수 없어 (바쁜 시기였다) 집에서 온라인 미팅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아프다 잠들고, 아프다 일하기를 반복하며 2주를 보냈다. 그렇게 연말을 맞이했다.
새해 안부를 주고받고, 새해 소원을 빌고, 새해 인사를 주고받기도 바쁜 1월의 첫째 주. 나는 여전히 아팠다. 2주 넘게 이어진 독한 감기약은 위염과 장염으로 이어졌다. 아프다는 이유로 불규칙하게 잠들고 약 먹기를 반복한 탓이었을까. 한껏 예민해진 배는 기다렸다는 듯이 감기가 낫자마자 난리를 부렸다.
그렇게 무려 세 번째 주. 연말과 연초를 꼬박 아팠다. 그리그 그 3주 동안 3달을 꼬박 이어오던 아침 요가를 쉬었다. (아니, 쉴 수밖에 없었지.) 요가를 다시 시작한 지 세 달. 드디어 요가 동작에 대한 감이 다 시 생기기 시작했다. 새로운 동작에 대한 적응도 빨라졌다. 동작의 순서를 외우는 것에도 능숙해지고 있었다. (*마이솔 수련을 하고 있다. 지도자의 구령 없이 스스로 동작과 순서를 외워야 한다.) 그리고 그때 마침 아프기 시작했다.
거기다 마지막은 장염을 앓은 탓에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죽 마저 받아들이지 못해 이틀은 꼬박 굶고 수액으로 버텼고, 나머지는 죽만 아주 조금씩 먹다, 죽 양을 조금씩 늘려나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배가 아프지 않았다. 드디어 다 나았구나! 그리고 배가 아프지 않다고 느껴지자마자 요가 수업으로 돌아갔다. 주저 없이. 그렇게 요가원으로 향하던 길, 문득 걱정이 되었다.
어? 나 일주일 동안 거의 못 먹었는데 요가가 가능한가?
3주를 쉬었는데 그 동작이 가능할까? 기억이 날까?
지금이라도 돌아갈까?
고민과 동시에 요가원에 도착했다. 그렇다, 집과 요가원이 매우 가깝다. 선생님이 먼저 발견하고 반겨주셨다. 서로의 건강을 챙겨주고 뒤늦은 새해 인사를 주고받으며 다시 시작한 요가. 반신반의하며 시작했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끝났다. 많이 먹지 못한 대신 가벼워진 몸, 약 기운에 졸리고 몸이 힘들어 일은 못했지만 그만큼 일찍 잠에 들고 오래 잔 덕에 컨디션은 더 좋아졌다.
걱정이 무색할 만큼 3주 전보다 훨씬 더 유연하고 가볍게 동작을 이어갔다. 하면서도 유독 더 잘 되고 자연스럽다는 것이 스스로 느껴졌다. 그건 선생님 눈에도 마찬가지였다. 일이 많은 날에는 잠을 줄여가며 매일 수련을 이어갔는데, 그때보다 지금 컨디션이 더 좋다니. 쉬어가면 금방 뻗뻗해질 줄 알았다. 매일 하지 않으면 까먹을 줄 알았다. 아픈 시간은 힘들었지만, '몸'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이었다.
물론 단단하게 쌓인 지난 세 달 덕분에 3주를 쉬었지만 순서가 몸에 익어 있었을 것이다. 매일 쌓아간 지난 세 달의 시간 덕분에 몸이 쉽게 굳지 않았을 거다. 그러나 그 기간 동안 나는, 배가 불러도 무리해서 더 먹었다. 일이 많으면 힘들고, 힘들 때 먹는 간식이라는 명분이었다. 자는 시간은 항상 부족했다. 그것이 열심히 사는 것이라 생각했다.
가볍게 먹고, 잘 자는 기본적인 생활의 틀을 지키는 것. 어쩌면 잠이 부족해도 '매일 수련'하는 시간을 추가하는 것보다 내게 필요한 건, 나의 시간을 정돈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기본적인 식습관과 수면이 단단히 자리 잡을 수 있게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틀 안에 요가 수련을 넣어야 했다. 연말과 연초를 꼬박 아프며 깨달은 건 ‘정돈’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무언가를 더하고 더 배우고 더 일하는 것 대신.
@_littlemov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