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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맘 요즘 육아 이야기
50일이 지났다. 아기는 130ml를 마시고 5시간 밤잠을 자는 아기가 되었고, 나도 마지막 산후 검진을 다녀왔다. 50일 동안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세세한 일상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만큼 시간이 빨리 흘렀다. 먹고, 싸고, 자기를 반복하는 단순한 아기의 일상이 내게는 매번 새로웠다.
먹는 것만 봐도 그렇다. 70ml 마시는 신생아가 130ml 마시는 아기가 되었다. 그 과정에는 다양한 고비가 있었다. 처음 만난 고비는 먹다 잠들기. 70ml를 마시는 중에도 계속 잠이 들었다. '밥 달라고 찡찡찡'하는 신생아였지만, 막상 밥을 주면 반 정도 먹다 잠들어버렸다. 아직 밥 먹는 것이 힘들어 그렇다고 하니, 매번 깨울 수도 없고. 힘들게 깨워도 금세 다시 잠들어 남은 분유를 버려야 했다.
다행히 이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딱히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며칠이나 몇 번이나 남은 분유를 버려야 했는데, 배가 늘어난 것인지 어느 날 갑자기 스스로 한 통을 다 먹고 잠들기 시작했다.
산후조리원에서는 그랬다. 분명 그랬는데, 집으로 오니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바로 배앓이(영아 산통). 같은 분유, 같은 양을 먹이는데 아기만 달랐다. 특히 밤과 새벽이 되면 심해졌다. 사실 아기에게는 '울음'이 유일한 표현 방법이기에, 배앓이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배앓이라고 추측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다리를 배 쪽으로 끌어당기며 우는 모습, 울 때 등을 쓰다듬어 주면 방귀나 트림을 하고 진정되는 점, 젖병이나 쪽쪽이는 물지 않는 점에서 배앓이의 대표적인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달라진 게 없는데 왜 갑자기 배앓이가 생겼을까? 매일 밤 잠들지 못하고 크게 우는 아기를, 매일 밤 자다 깨다 반복하며 달래었다. 이 또한 이유를 찾지는 못했다. 배 마사지도 해보고, 중간 트림도 시켜보고, 할 수 있는 것들만 하며 시간이 흘렀는데 다행히 밤 배앓이가 점점 줄었다. 아기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있었나 보다.
겨우 적응하고 나니 이번에는 분유 자체에 문제가 생겼다. 조리원에서부터 압타밀을 먹였는데, 리콜 이슈가 점점 커졌던 것이다. 유럽에서 판매된 일부 압타밀 분유가 어느 독소 문제로 회수 조치되었다는 소식을 조리원에서부터 들었다. 사실 그때는 정신이 없어 크게 신경 쓰지 못했는데, 배앓이가 조금 잠잠해지고 나니 '리콜'이라는 단어가 눈에 계속 밟히기 시작했다. 모든 제품에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고, 아기 또한 배변 활동이 좋았어서 ‘반드시’ 바꿔야 할 이유는 없었지만, 한번 생긴 불안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분유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시간을 두고 차츰 분유 갈아타기를 했다. 친구들이 모두 먹인다는 (사실 육아를 하는 가까운 친구는 둘 뿐이다) 국내 분유였는데, 처음으로 분유를 게워냈고 잦아들었던 배앓이도 다시 심해졌다. 돌아가야 할지 수없이 고민했지만 배변 상태가 좋았기에 며칠 더 지켜보기로 했고, 게워냄과 배앓이도 일주일에 걸쳐 차츰 줄어들며 새로운 분유에 조심스레 정착했다.
그렇게 50일이 지났다. 이제와 돌아보니 대부분의 문제는 '기다림'이 해결책이었다. 그 당시에는 고민하고 걱정하고 찾아보기를 반복했는데, 지나고 나니 병원에서 해결해야 할 큰 문제는 없어 다행이었다는 생각만 남았다. 걱정하고 고민했던 많은 일들이 대부분 저절로 해결되어 있었다. 아기도 나도, 그저 자라나고 적응해 나갈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50일의 기적은 5시간 밤잠이기도 하지만, '육아는 시간을 쌓아가는 일'이라는 깨달음이기도 하다.
(물론 50일 후에는 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