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육아는 아이템전

d+55

by 여 름
MZ맘 요즘 육아 이야기




친정 엄마가 집에 왔다. 오랜만에 보는 아기를 무척이나 예뻐하셨다. 있는 동안 아기를 봐주겠다는 엄마 덕분에 쉬는 시간이 생길... 뻔 했지만, 엄마가 나를 다시 찾는 데는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분유 물 어디에 끓여? 분유는?"


엄마는 물을 끓이고 손목쯤 물방울을 떨어트려 40도 인지 확인한 후 열심히 젖병을 돌려 '우유(엄마는 분유를 항상 우유라고 부른다)'를 만들었다고 한다. 나는 조카가 둘인 친구에게 선물 받은 분유 제조기(베이비브레짜)를 쓴다. 아침마다 분유 포트로 물을 끓이고, 40도까지 식은 물을 분유 제조기에 넣고, 분유가 필요할 때 재생 모양의 버튼을 누른다. 4번 분유를 내릴 때마다 분유 제조기의 깔때기를 세척해야 하지만, 여분도 있고 젖병과 함께 씻기 때문에 불편하지는 않다.


버튼을 눌러 만든 분유를 먹였다. 엄마는 아기를 안고 분유를 먹이는 게 오랜만인데도, 자세가 몸에 남아있다고 신기해하셨다. 그러던 중 아기가 울었다.


"불편한가? 기저귀 한번 확인해 볼까?"


엄마는 꽤 오래 천기저귀를 썼다고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천기저귀를 빨고 말리고 정리하느라 바빴다고.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햇빛이 좋은 날에는 천기저귀들을 다시 꺼내어 바짝 말렸다고 한다. 나는 하기스 기저귀 1단계를 쓰고 교체할 때 버린다. 냄새 차단이 잘 된다는 휴지통, 허리를 숙이지 않고 기저귀를 갈 수 있는 기저귀 갈이대도 같이 사용한다. 딸을 키우는 친구에게 받은 아기비데도 있다.


"포대기 없어? 아기 재우게."


포대기는 어느 정도 크기와 두께의 천을 말하는 걸까? 포대기를 찾는 엄마에게 집에 있는 몇 가지 천을 건네어 봤지만 탐탁지 않아 하셨다. 어릴 적 나는 업혀서만 잠이 드는 아기였다고 한다. 포대기에 나를 업고 집안일도 하고 잠도 재우셨다고. 나는 아기띠를 쓴다. 처음 쓰는 사람도 금방 손에 익힐 수 있다는 튼튼하고 쉬운 아기띠. 아기가 울 때면 아기띠에 안고 집안일을 한다.


"그래도 요즘은 산후조리원이 있어서 참 좋다."


처음부터 엄마는 출산을 하고도 2주 후에나 딸(=나)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어색하게 여겼다. 엄마는 외할머니가 산후조리를 도와주셨다고 한다. 당연하게도 출산 후 엄마(=외할머니)의 도움을 받았다고. 그 당시 외할머니는 커다란 냄비에 미역국을 한가득 끓여주셨다고 한다. 조리원에서 먹은 하루 세끼 미역국에 질려 집에서는 다른 음식을 먹겠다는 딸을 걱정했다. 매일 산후조리원 밥 사진을 보내며 엄마의 걱정을 덜었다.


"그런데 안 추워? 아기가 이렇게 추워도 돼?"


집 온도에 대한 갈등은 빠지지 않는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아기 있는 집은 따뜻했다는 엄마의 기억과 달리 우리 집은 온습도계 숫자를 기준으로 보일러를 튼다. 어른이 조금 쌀쌀할 정도로 집안 온도가 낮아야 태열이 생기지 않는다는 의사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아기 피부가 빨개지면 온도를 낮추고 괜찮아지면 유지했다. 통일된 온도기준도 하나 있었는데, 배를 따뜻하게 해 주자는 것이었다. 배앓이를 하는 아기였기에, 배 위에 항상 가제 손수건 하나라도 더 올려주었다.


분유 제조기부터 일회용 기저귀, 기저귀 갈이대, 아기 비데, 아기띠 그리고 온습도계까지. 다양한 아이템에 힘입어 육아를 하고 있다. 없어도 할 수 있지만 있기에 편한 물건들에 둘러싸인 육아. 물건이 많아진 대신 '당근'과 같이 물건을 나눠 쓰고 돌려 쓰는 여건도 더 좋아졌다. 지금 육아템들도 단점이 있고, 엄마의 옛 방식에도 장점이 있다. 더 수고스러웠던 엄마의 방식에서 사랑의 힘을 느끼기도 하고, 아이템전이 무조건 더 쉬운 것도 아니다. 서로의 방식을 알아가고, 필요한 것은 적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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