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가 나에게 알려준 것은,
"균형."
"예?"
"일만 하면 지루해. 놀기만 하면 지루해. 균형."
"뭔 소리야? 뭐, 알아듣게 말하면 지루해서 그러는 거예요?"
"나한테는, 이게 노는 거야. 노는 거는 중요해. 균형을 위해서. 균형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어떻게 되는데요?"
"넘어져."
<멜로가 체질> 14화 은정-상수 대화 中
요가 수련을 하다 보면 업독(혹은 부장가아사나)&다운독 자세를 유독 많이 하게 된다. 거의 모든 시퀀스에서 빠지지 않는 아사나들.
신체에 좋은 걸 떠나서, 바닥을 바라봤다 하늘을 바라봤다를 반복하는 자세가 삶의 균형을 유지해주는 듯하다. 인생은 올라갈 때도 내려갈 때도 있는 거라고, 자신감과 겸양 모두 중요한 덕목이라고, 숙였으면 올라오고 올라왔으면 숙여서 균형을 맞춰 줘야 한다고.
요가를 하다 보면 업독과 다운독이 아니더라도 이를 참 많이 느끼게 된다.
전굴을 했으면 후굴을 해줘야 하고, 고양이 자세와 소 자세는 한 세트처럼 묶여 있고, 수리야나마스카라를 할 때면 하늘을 향하는 우르드바하스타아사나와 땅을 향하는 우타나아사나를 연결해서 하고, 바로 선 나무 자세가 있는가 하면 물구나무를 서는 살람바시르사아사나가 있다.
요가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 내가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인 마음과 몸의 균형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수련.
우리는 꼭 둘 중의 하나만 골라야 할 필요가 없다. 극단적인 상대주의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긴 하지만, 적어도 내 삶의 모토는 그렇다. 온전히 장점만 존재하는 것도, 온전히 단점만 존재하는 것도 없다.
이것도 어떤 면에서는 좋은 거고, 저것도 어떤 면에서는 좋은 거지만 둘 다 한 번에 추구할 수는 없는 거라면, 그냥 그 순간순간에 조금 더 필요한 것에 조금 더 비중을 두면서, 균형 잡힌 전개를 추구해 나가면 되는 거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다양한 가치들 중에서 하나만을 정답처럼 간주하는 말들에 휘둘리기보다는, 나는 이 가치를 위해 다른 가치를 얼만큼 포기할 수 있는지, 나에게 맞는 균형점은 어디인지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찾은 균형점 또한 절대적으로 고정된 영원불변한 값이 아니라 시시때때로 변하는 변동값이라는 점을 아는 것도.
어떤 지점에서 머무르며 버티다가도 언제든지 상황과 생각이 바뀌면, 균형점이 바뀌면, 지쳐 버리면 그때는 그때에 맞게 스탠스를 변경하면 그만이다. 세상의 말들에 휘둘리기보다는 그때그때 나의 균형점을 찾아나가면 무너지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지금의 생각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