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직장상사. 한국과 비슷한 점, 다른 점
2016년부터 미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2명의 상사를 경험해봤고, 1명을 경험하는 중에 있다. 영어로는 이를 Reporting Manager라고 하는데, 나의 일과 직장에서의 생활을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첫 직장이었던 핀테크 스타트업에서는 전체 직원이 10명이 안되어 창업자가 나의 상사였다. 지금 일하는 회사는 직원 수가 1,000명 정도 되는 중견 테크 회사로, 처음에는 프로덕트 디렉터를 직장 상사로 두었고, 지금은 리드 디자이너에게 보고를 하고 있다. 참고로, 한국에서는 4년 반동안 3~4명 정도의 매니저를 경험했었다. 미국의 직장상사를 경험해보며 느낀 점을 적어본다.
나의 일과 직장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사람
이 부분은 한국에서의 경험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예를 들면 내가 디자인 업무를 하며, 프로젝트 일을 하며 막히는 부분이나, 회사 동료와 협업을 하는 데 있어서 어려운 일이 있을 경우 나의 매니저에게 터놓고 이야기를 한다. 매니저는 이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필요한 경우 직접적으로 관여하여 해결을 해주기도 한다. 한가지 일화를 소개하자면, 지금 일하는 회사 입사 초기 때의 일이었다. 당시에는 디자이너가 디자인 시안을 만들면 개발팀, 마케팅팀, 프로덕 팀에 따로 리뷰 미팅을 잡고 피드백을 주고 받는 시간을 가졌었다. 문제는 서로 다른 팀이 한 가지 토픽에 대해 상충된 의견을 제시할 때였다. 당시 나의 매니저였던 니콜은 고맙게도 나의 이런 어려움을 먼저 파악해주었고, 디자인 시안을 리뷰할 때에는 가능하면 각팀을 대표할 수 있는 인원을 미팅에 참석하여 상충된 의견이 있을 경우 그 자리에서 토론을 통해 의사 결정을 하도록 했다.
깊이 있는 대화, 1대1 미팅
내가 지금 회사에서 일하면서 경험한 아주 좋은 문화가 하나 있는데 바로 일대일 미팅이다. 매니저와 나는 1주일에 한번 30분에서 1시간 정도 한 주간 있었던 일들도 이야기하고, 어려운 점이나, 고민들, 그리고 업무 외적인 일들까지 이야기 한다. 매니저 입장에서는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직원이 여러 명일 경우 각각 일대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 것이 일과중에 많은 부분을 차지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나는 이 일대일 문화가 참 좋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매니저와 일상 업무 중에 하기 어려운 깊은 이야기들, 특히 업무 외적인 부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status check을 해줄 수 있어 좋았다. 경조사 등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개인적인 일들이 결국 업무와 연결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반대로 매니저들도 가능하면 자신의 상태, 현황 등에 대해서 투명하게 공유해주려고 했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에는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이상 매니저와 아예 이런 공식적인 1대1 미팅을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대부분 주간 보고 미팅을 통해 해당 매니저가 관리하는 팀원 모두와 매니저가 한 자리에 모여 업무 중심으로만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런 점에서 일대일 미팅은 좋은 부분인 것 같다.
나의 커리어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
이 곳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은, 회사가 직원들을 대함에 있어서, 직장인 본인이 추구하는 커리어에서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을 나란히 하고자 (Align) 노력을 한다는 점이었다. 해당 업무를 단순히 잘하는 것을 넘어서 해당 직무에서의 본인이 원하는 성장을 추구하도록 돕는 다는 것이다. 그래서 각 사원들이 각각 성장하고 싶은 분야나, 직무가 있는지 지속적으로 물어보고,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이나 트레이닝을 수강할 수 있도록 연간 교육 비용을 따로 책정해둔다. 그리고 매니저는 자신의 직원이 어떤 부분을 더 잘하고 싶은지 물어보고, 이것을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한다는 느낌이 강한 것 같다. 나의 현 매니저인 일레인과의 경험을 공유해보자면, 일레인은 분기별로 내가 이번 분기에 공부하거나 성장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 지 물어보는데, 작년 1분기에 나는 프리젠테이션과 발표 스킬을 키우고 싶다고 했다. 관련해서 수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추천해주기도 하고, 디자인 발표나, 팀 발표 등 많은 청중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나에게 해볼 수 있도록 권유를 했다. 특히, 일레인 본인이 SXSW (텍사스 오스틴에서 하는 세계적인 컨퍼런스) 등 유명한 행사에서 강사로 발표를 한 경력이 있어서, 내가 도움을 요청하면 내가 발표하는 것에 대해 코칭이나 모니터링을 해주기도 했다.
매니저가 이렇게 직원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이유는 두가지인 것 같다. 첫째로, 회사와 해당 업무에서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된다. 두번째로 더 중요한 것은 직원이 성장을 통해 자아실현을 할 수 있다. 아무리 회사가 잘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원이 성취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그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다.
앞서 말한 부분들은 미국 직장 상사의 좋은 점들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직원이 일을 잘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는 가정이 성립되어야 한다. 한가지 확실히 알아야 할 점이 있는데 미국의 직장 상사는 나를 직접적으로 해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곳에서 일을 하면서 회사가 잘 나가고 있음에도 직원이 해고 되는 경우를 꽤 자주 봤다. 어제까지 같이 일하던 옆옆자리 영업 직원이 오늘은 보이지 않았다. 무시무시할 수 있지만, 이것 또한 미국 직장생활의 현실적인 부분이다. 미국에서는 직원을 뽑을 때에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임원이 아니라 매니저인 경우가 많다. 즉, 뽑는 권한과 해고할 수 있는 권한을 모두 갖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미국 회사에서 일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토론을 하는 미팅이었다. 영어를 원어민처럼 못하다보니 많은 논쟁이 오고가는 현장에서 내가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기 어려웠고, 이야기를 하려고 해도 이미 논제가 바뀌어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 때에 매니저가 나에게 좀 더 발언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내가' 너를 뽑은 이유는 디자이너로서 전문적인 식견을 더 많이 발언해주길 원하는 부분도 있었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 때에 나에 대한 인사결정권이 나의 상사에게 있음을 느끼는, 조금은 무서웠던 시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