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해고가 쉬울 수 밖에 없는 이유
이전 글에서 미국은 직장 상사가 직접적으로 직원을 해고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했다. 한국의 기업들은 구조조정이 아닌 이상 해고를 내 직속 상사가 하는 일은 잘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을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은 미국의 직장 문화가 무시무시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는 것이 이해가 되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니 그 부분을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참고. 이전 글 '3년간 미국의 직장 상사를 겪어보며 느끼는 것들' 보기>>
미국의 입사 프로세스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번째로 인사팀과의 전화면접이다. 인사담당자는 나에게 어떤 전공을 했는지, 어떤 일들을 했는지 물어보고 내가 원하는 연봉이라든지, 기타 몇가지 질문을 한다. 인사담당자와의 인터뷰는 사실 형식적인 면이 크고 사실상 본 게임은 다음 면접이다. 보통은 전화면접으로 이루어지며, 내가 함께 일하게 될 수 있는 팀원 또는 팀 리더와 인터뷰를 보게 된다. 여기서 잘 통과할 경우 회사에 가서 실무진과 본 면접을 보게 된다. 여기에서 통과하면 이제 입사 오퍼를 받을 수 있다.
미국에는 별도의 임원면접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다. 대부분 실무진 면접을 통해 입사 여부가 결정 된다.
미국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임원면접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회사, 미국에 있는 한국 회사 같은 경우는 임원과 면접을 보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과 비교할 때 임원면접이라는 보편적인 틀은 없다고 보면 된다. 나는 이것이 미국의 채용과 해고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핵심 열쇠라고 생각한다.
임원 면접이 없는 이유는 두 가지 정도가 되는 것 같다. 첫째로 실무진 팀원들의 전문성을 신뢰하고 그들의 의사결정을 전적으로 믿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실무면접이라는 것의 강도는 꽤 높다. 대부분의 경우 내가 함께 일할 팀의 모든 인원, 적어도 대표가 되는 인원들과 1:1 또는 2:1 (나와 상대측 2명)로 많게는 6-7명까지 보게 된다. 내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미국의 대기업인 G사(구글 아님)와 면접을 볼 때에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무려 11명과 1:1로 면접을 봤었다. 면접이 끝날 때 즈음에는 말을 너무 많이 해서 목이 쉴 정도였다. 테크 기업인 G사와 면접을 볼 때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7명의 기획자, 디자이너 실무진들과 5시간에 걸쳐서 면접을 봤었다. 회사가 이렇게 긴 시간을 할애해서 면접을 보는 이유는 최대한 많은 대화를 통해 이 사람의 실력적인 부분 뿐 아니라 회사의 문화코드와 맞는지, 인성적인 부분은 어떤지까지 깊이있게 보고자 함이다.
임원 면접이 없는 두번째 이유는 임원이 아니라 이 팀원들이 실질적으로 나와 매일 함께 맞대고 일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실력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인데, 사실 커뮤니케이션은 인간 관계적인 스킬이 굉장히 중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사람의 됨됨이는 당연하거니와, 더 중요한 것은 해당 팀원들과의 케미가 맞는 지에 대한 부분이다. 그렇기에 실력이 좋음에도 낙방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팀 문화가 맞지 않을 수 있는 경우가 그렇다. 팀의 입장에서는 이 사람과 앞으로 매일 동고동락할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즐겁게 협업할 수 있는 지 보려고 한다.
나는 이렇게 임원면접이 아닌 실무면접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꽤 합리적이라고 느꼈다. 이렇게 들어온 사람들은 실제로 팀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빠르게 적응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함께 일할 팀원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심사숙고하여 뽑은 사람인 만큼 팀 문화에 적응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미국의 해고문화와는 어떻게 연결이 될까?
임원면접이 없다는 것은 나의 인사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권이 임원에게 있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나를 뽑는 사람은 팀과 팀의 리더이며, 해당 팀리더는 나의 직속 상사가 된다고 보면 된다. 이것의 의미는 나를 뽑은 책임자인 만큼, 나를 해고할 수 있는 권한 역시 인사팀이나 임원이 아니라 직속 상사에게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너무 냉정하고 무서운 곳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채용의 권한이 팀리더에게 있다는 것을 이해하면 어느 정도 합리적인 부분이라고 생각이 된다. 그만큼 팀에서 냉정하게 실적이나 실력을 평가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임원들이나 인사팀의 입김 없이 팀과 팀리더가 채용과 해고 여부를 평가하고 결정한다는 점이 지속적으로 팀이 경쟁력을 갖추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얼마 전 캐나다에 여행을 가서 현지인들에게 캐나다의 직장문화에 대해 들을 일이 있었다. 캐나다의 경우 미국과 비교할 때 회사가 해고를 쉽게 하지 못하는 문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많은 캐나다 기업들이 미국에서 진출한 기업들에 비해 경쟁력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미국의 채용과 해고 문화와 연결지어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쓴이 '에릭'을 소개합니다.
5년 전 유학을 와서 지금은 뉴욕의 테크 Scene에서 프로덕 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두 아이의 아빠이며 육아와 요리, 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미국 취업 및 유학 준비에 대한 강의를 시작합니다.
동영상 '라이브' 강의를 3월 25일 오후 7시 30분에 진행합니다.
미국에서 직장인이 되기를 꿈꾸시는 분들, 유학을 생각하는 분들을 위해 해피 칼리지 플래폼을 통해 '라이브 강의'를 개설했습니다. 취업을 목표로 했을때 비자 모두를 고려하여 어디서부터 어떻게 유학 전략을 짜야 하는지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유학을 와서 뉴욕에서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하기까지 겪은 경험과 많은 시행착오를 공유해드려 여러분의 꿈을 앞당겨드리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