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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c Feb 28. 2020

점심 시간의 풍경, 그리고 개인주의

한국과 미국의 문화차이와 개인주의 점수

한국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대학교에 복학했을 때 힘든 것이 있었다. 학교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일이었다. 그리고 더더욱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있었는데 혼자 밥을 먹고 있을 때 아는 사람과 마주치는 일이었다. 당시 나에게 있어서 학교에 적응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혼자 밥을 먹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기준은 회사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점심 시간이 되면 늘 같은 팀원 분들과 함께 사내 식당을 가거나 회사 근처에 있는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 것이 일상이었다.


나에게 점심식사는 늘 누군가와 함께 먹는 것이 당연했고, 혼자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미국에서 회사를 다니면서 가장 적응이 되지 않았던 것은 바로 그 점심시간이었다. 우리 나라 점심 시간의 풍경과 몇가지 크게 다른 점이 있었다면..


먼저, 점심시간이 언제라는 명확한 정의가 없다.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에는 보통 12시부터 1시 사이가 점심시간으로 정해져있었고, 12시가 되면 몇십명의 팀원들이 일제히 일어나 식사를 하러 갔다. 하지만, 여기서는 점심 즈음인 12시가 되어도 일을 하는 사람도 있고, 어딘가로 점심을 먹으러 간 사람, 도시락을 싸와서 자리에서 먹는 사람 각양각색이다. 모두들 자신의 스케줄에 맞춰서 움직인다는 점이 달랐다.


두번째로는 밥을 꼭 함께 먹어야 한다는 개념이 없다. 이게 사실 가장 적응이 안 되는 부분이었는데, 줄곧 점심은 누군가와 같이 먹었던 내가 이런 틀이 없는 혼돈 속에서 가야 할 길을 잃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가장 가까운 팀원들이 어떻게들 하나 보니 대부분은 점심을 사오거나 싸와서 자리에서 먹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마음이 어려웠지만 나도 일단은 많은 경우 혼자 먹으며 차차 적응해나갔다. 회사에서 밥을 같이 먹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었다. 시간이 맞으면 같이 밥을 먹으러 가기도 하고 팀 단위 회식으로 전체가 다같이 나가서 점심을 먹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분명한 건 정해진 틀이란 게 없다는 것이었다.


왜 이렇게 문화가 다른 걸까? 두 문화가 너무나 다르기에, 그리고 이건 나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미국에서 일을 시작하고 얼마 전까지 이 질문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가 얼마전 커뮤니케이션 강사인 김호님의 인터뷰가 담겨 있는 이 영상을 보고 나름의 답을 찾을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개인주의 (Individualism) 점수였다. 김호님에 따르면 개인주의라는 것은 이기주의와는 다른 개념이며, 이는 타인의 다름에 대한 인정하는 정도라고 했다. 이 점수가 낮다는 것은 타인을 많이 의식한다는 것이고, 높다는 것은 타인을 덜 의식하고 자신의 주관으로 움직인다는 것인데, 개인주의 점수가 나라별로 다르다고 하셔서 구글에 한번 검색을 해봤다. 실제로 미국과 한국의 개인주의화 격차는 어마어마했다. 미국은 무려 91점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으며 한국은 18점으로 최하위권이다. (출처: Clearly Cultural)


Individualism의 나라별 점수. 미국과 우리나라의 차이가 어마어마 하다. (출처: Clearly Cultural)


김호님은 우리나라에 대해 '남의 욕망을 욕망하는 사회'라고 이야기했다. 그렇다. 내가 점심을 혼자 먹는 것에 대해 불안했던 것은 혼자 먹는 것에 대한 주변인들의 시선이 두려웠던 것. 다들 같이 먹는데 나만 혼자 먹는건 아닐까? 다른 사람이 내가 혼자 먹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와 같은 두려움을 갖고 남이 어떻게 볼까, 내가 뒤쳐지는 건 아닐까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 비해 미국은 남이 보는 것에 대해서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신경을 덜 쓰기에 각자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내가 정하고 움직이며, 다른 사람 역시 내가 어떤 방향을 정하든 그것을 다름으로 인정해준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한번은 회사의 프로덕+개발 팀 미팅에서 누군가가 이런 제안을 했다. 주기적으로 다같이 점심식사를 하며 팀빌딩을 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가깝게 일하는 한 개발자 친구는 자신은 점심을 온전히 혼자서 먹는 것이 본인에게 중요하기 때문에 이 제안이 부담이 된다고 이야기를 했다. 당시에는 '이 친구 참 이해 안되네' 라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 개인주의에 대한 이해를 조금 하고 보니 '그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그 친구가 다른 사람들과 교류를 안하는 것도 아니었고, 본인의 취향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관점으로 바라보니 나도 차차 여러 상황들에 대해서 편안함을 느끼게 되었고, 지금은 혼자 먹기도 하고, 같이 먹기도 하고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가면서 현재를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고 있다. 내가 이렇게 하던 저렇게 하던 상대방이 나의 다름과 취향을 존중할 것이라는 생각이 나를 조금 더 편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놓아주는 것 같다.



글쓴이 '에릭'을 소개합니다.

5년 전 유학을 와서 지금은 뉴욕의 테크 Scene에서 프로덕 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두 아이의 아빠이며 육아와 요리, 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SNS를 통해 UX, UI 공부를 위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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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학 및 취업 멘토링, 코칭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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