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택 근무 이야기 - 1편
코로나 바이러스로 난리인 요즘 한국에서도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시행하기 시작했다는 친구들의 소식들이 들려온다. 미국에서는 재택근무를 하는 문화가 어느 정도 잘 정착되어 있는데 (특히 내가 있는 IT업계는 더더욱) 내가 일터에서 경험하며 느꼈던 것들을 남겨본다.
1. 내게 처음에는 어색했던 재택 근무
나는 한국에 있을 때에 다녔던 회사에서는 출장을 가지 않는 이상 재택근무를 하는 일이 없었다. 집에 무슨 일이 있거나 회사 외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을 때에는 눈치를 보다가 반차를 내거나 연차를 내고 그 날은 회사를 가지 않았다.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처음으로 재택근무를 경험하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곳에서 재택 근무의 활용법이 처음에는 낯설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왜 재택근무가 필요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었고 이제는 나도 필요에 따라 잘 활용하고 있다.
2. 재택근무는 언제들 많이 할까?
직장 동료들로부터 WFH (Work From Home)이라는 제목이나 내용으로 메일이나 Slack (업무용 메신저) 메시지가 오는 것은 매우 일상적인 일이다. 많은 경우에는 왜 집에서 일을 해야 하는지 이유와 함께 오지만, 어떤 경우에는 특별한 이유나 설명 없이 WFH이라는 줄임말 단어를 띡 보내기도 한다. 재밌는 것은 이런 경우도 뭔가 일이 있겠거니 하고 다들 넘어간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재택근무를 언제들 많이 하는지 내가 경험한 것을 토대로 적어보겠다.
병원 방문. 병원 약속이 있을 경우, 큰 치료를 받는 게 아닌 이상 반차나 연차를 쓰기 보다는 일과 중에 2~3시간 정도 잠깐 다녀온다. 다만, 이런 경우에는 몇시 부터 몇시까지 다녀올 것 같은지 예상 시간을 공유한다.
감기에 걸리거나, 아플 때. 감기에 걸리면 본인이 몸이 안 좋고 힘들기도 하지만, 동료들 입장에서도 감기가 옮을 수 있기 때문에 집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상호 간에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자녀 케어. 아이들이 감기와 같이 전염성이 있는 것에 걸리는 경우에도 비슷하게 학교를 가지 않는 데 이 경우, 아이를 부모가 꼼짝않고 집에서 데리고 있어야 하기에, 부부가 둘 다 일을 할 경우 둘 중에 한 명은 자연스럽게 재택근무로 이어진다. 특히 미국은 차가 없이는 어디로 이동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게 대부분이고, 어린 자녀는 집에 혼자 두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기에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나같은 경우 아내가 일을 하지는 않지만, 아내가 일이 생기거나 아플 경우 재택근무를 하며 자녀를 돌보고 통학 라이드를 해주고는 했다.
차량 관리. 미국에서는 자동차를 이용해서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이 많고 일상생활에서도 자동차 없이는 살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동차 수리를 하거나 오일체인지를 해야 할 일이 잦고 재택근무를 하며 1~2시간 정도 다녀오는 편이다.
풀타임 원격러. 미국에서는 몇몇 직군 (특히 소프트웨어 쪽) 은 구인난이 심한데, 인재를 구하기 위해 회사에 따라, 팀에 따라 풀타임으로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매우 꿈같은 상황이라고 보여지지만 이들에게도 고충은 있는데 사무실에서 일하는 인원들보다 소식에 뒤쳐진다든지, 회의에 참여할 때에 사무실에 모여있는 인원들보다 발언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한다. 내 동료 중 한 명인 제러드는 리드 개발자로, 팀에 영입될 때부터 풀타임 재택근무로 시작을 했고 저 멀리 휴스턴에서 일을 하고 있다. 제러드 같은 경우에는 아내가 법조계에서 일을 하고 있고 직장이 재택근무가 상대적으로 어려워서 아내의 직장 위치에 맞추어 살고 있는 케이스다. 제러드 역시 위에서 언급한 몇몇 한계들을 극복하기 위해 추가적인 노력들을 하는 게 보이는데 동료들을 위해 꽤 자주 지식 공유 세미나를 연다든지, 팀빌딩을 위해 사무실에 2달에 한 번꼴로 방문하면서 맛있는 간식을 사오는 것들이 그러했다.
정리하자면, 미국인에게 재택근무는 삶과 일의 밸런스를 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일이라는 것이 삶과 완전히 분리될 수 없는 것이기에,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어려운 부분들에 대해 대처할 수 있도록 재택근무가 유연함을 부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3. 재택근무를 위해 신뢰는 필수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문화의 바탕에는 신뢰가 자리 잡고 있다고 느꼈다. 매니저는 직원이 보이지 않아도 회사에 있을 때와 동일하게 성실히 일을 하고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한번은 내 전 매니저인 니콜에게 내가 재택근무를 할 때에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질문을 했다. 니콜은 내가 정해진 일들을 성실하게 하고 있고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할 때 Responsive (반응이 빠르다)하기 때문에 내가 재택근무를 할 때에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재택근무에는 쟤 놀고 있을 거야 라는 접근보다는 잘 하고 있을 거야라는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함을 느꼈다.
글쓴이 '에릭'을 소개합니다.
5년 전 유학을 와서 지금은 뉴욕의 테크 Scene에서 프로덕 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두 아이의 아빠이며 육아와 요리, 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SNS를 통해 UX, UI 공부를 위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미국 유학 및 취업 멘토링, 코칭을 시작했습니다.
미국 취업을 위한 유학을 생각하는 분들을 위해 멘토링, 코칭을 시작했습니다. 취업을 목표로 했을때 비자 모두를 고려하여 어디서부터 어떻게 유학 전략을 짜야 하는지 코칭해 드리고 있습니다. 제가 유학을 와서 뉴욕에서 일을 시작하기까지 겪은 경험과 많은 시행착오를 공유해드려 여러분의 꿈을 앞당겨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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