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먹고 살만 하구나, 사랑 타령이나 하게

그 사랑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by 글시책

“먹고 살만 하구나, 사랑 타령이나 하게.”

누가 대수롭지 않게 던진 말인데, 그 문장이 자꾸 맴돌았다.

지금 내가 감정을 꺼내 쓰고 있다는 건, 여유가 생긴 걸까.

아니면 그만큼 마음 한켠이 비어 있다는 뜻일까.


사람들은 감정 이야기에 쉽게 피로를 느낀다. 연애는 체력이고, 감정은 지출이며, 기대는 리스크다. 마음이 있다는 말보다, 감정 정리가 잘 되었다는 말이 더 합리적으로 들리는 시대. 빠르게 정리할 줄 아는 사람이 성숙해 보이고, 너무 오래 마음을 붙잡고 있으면 미련한 사람이 된다.


그래서 감정은 시작되기도 전에 계산되고, 끝나기도 전에 포장된다.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같은 낭만은 오래전에 유통기한이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감정 이야기를 한다. 조금은 에둘러서, 조금은 다른 이름으로.



G-DRAGON은 노래했다. “사랑이라는 말, 이젠 지겨워.” 지겨움은 반복된 실망이 쌓인 감정이었고, 그 반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정승환은 말했다. “사랑이란 게 참 쉽게도 변해버려.” 그리고 또 말했다. “너무 많은 걸 바라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 말들은 낯설지 않았다. 나조차 끝내 말하지 못했던 마음이었다.


류시화는 썼다. “나의 사랑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 나의 서툰 사랑이여.” 진심은 있었다. 하지만 진심만으로는 아무것도 지켜지지 않았다.



감정만으로 충분했던 시절은 지나가고, 이제는 감정조차 스펙이 되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기대하지 말 것, 무너지지 말 것, 너무 오래 가지 말 것.


우리는 감정을 느끼는 데 익숙했지만, 사랑하는 법은 배운 적이 없다. 표현하는 것도, 지키는 것도 서툴렀고, 주는 일은 생각보다 조용하고 피곤한 일이었다.


받는 건 쉬웠지만, 끝까지 책임지는 감정은 어려웠다. 그래서 대부분은 중간에 멈췄고, 나도 그랬다.


하지만 어떤 감정은 말하지 않으면 내가 나인지조차 헷갈려진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기록한다. 그때 하지 못했던 말, 끝내 묻지 못한 질문들을 조심스럽고도 단호하게 꺼내놓는다.

다 지운 줄 알았던 문장이 하나 남는다. 익숙한 듯 낯설고, 무뎌진 듯 또렷한 문장.


우리는, 정말 사랑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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