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랑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13장. 슬기로운 30대의 사랑 감정
어찌 되었든, 나는 30대의 사랑을 받아들여야 한다. 낭만만으로는 되지 않고, 감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이제는 알고 있으니까. 그렇다고 내가 사랑을 포기한 건 아니다. 나는 여전히 사랑하고 싶다. 다만, 더 이상은 나 혼자 감당하고, 나 혼자 아파하면서 버텨내야 하는 방식으로는 하고 싶지 않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무너지는 일은, 더 이상 나를 성장시키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제, 나를 지키면서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 그것이 지금 내가 연습하려는 감정의 태도다.
요즘은 자주 생각한다. 30대의 연애는, 사랑이 전부가 아닌 연애다. 감정은 여전히 중심에 있지만, 그 감정을 표현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사는 문제, 일의 문제, 거리의 문제, 그리고 마음의 여유까지. 그 모든 것들이 조건처럼 얹혀 있다.
나는 여전히 감정적인 사람인데, 어느 순간부터 감정만으로는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게 됐다. 연애는 이제 ‘사랑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이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먼저 시작된다. 내가 바뀐 건지, 세상이 바뀐 건지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과 관계를 맺는 것 사이에 너무 많은 간극이 생겼다.
그래서 한동안은 스스로를 자책했다. 왜 이렇게 사랑을 어렵게 받아들이는 걸까. 왜 예전처럼 누군가의 한 가지 장점만으로 그 사람 전체를 사랑할 수 없게 된 걸까. 예전의 나는 그 사람이 가진 어떤 한 지점만 마음에 들어도 내 감정이 출발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한 지점이 아무리 선명해도, 그 사람 전체를 상상하는 일이 너무 조심스러워졌다.
역지사지의 마음을 가져보려 해도 쉽지 않다.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연애를 감당하는 것 같다. 나는 확신을 원했지만, 그는 주저했고, 그 주저함은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는 타이밍을 말했고, 나는 감정을 먼저 봤다. 그 다름을 무시한 채 사랑을 설득하려 했던 건 아닐까. 내가 감정을 이해받고 싶은 마음에, 오히려 그를 몰아붙인 순간이 있었던 걸까. 그런 질문들이 마음속에 오래 머문다.
그래서 생각하게 된다. 슬기로운 연애란 이런 것 아닐까. 서로를 바꾸려 하지 않고, 다름을 다름으로 인정하되, 그 다름 속에서 나를 놓치지 않는 것. 나는 이제 사랑을 잘하고 싶은 게 아니다. 사랑 앞에서 나라는 사람을 잃고 싶지 않을 뿐이다.
덜 뜨겁지만, 더 오래가는 감정이 있다면 그 감정의 이름이 지금 내가 받아들여야 할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혼자 애쓰지 않는 연애, 설명하지 않아도 마음이 닿는 관계, 사랑하면서도 나를 해치지 않는 감정. 나는 이제 그런 걸 원한다.
사랑은 여전히 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 사랑이 나를 상하게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니 나는 감정을 버리는 게 아니라, 감정을 더 지혜롭게 품는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젠, 나도 살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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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제는, 사랑 앞에서
무너지지 않고 살아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