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가족은 내가 아니고 사위이다.
결혼한 자식과 거리 두기
딸은 취업한 지 2년 차에 냉큼 시집을 가 버렸다. 사실은 사위가 나이 차가 있는지라 졸업을 기다렸고, 취업 1년 차에는 도저히 결혼할 수 없다는 딸과 합의 끝에 2년 차 3월에 결혼을 했다.
어느 날 동생이 삼성 임직원 카드가 여러 가지 혜택이 있는데 조카 덕 좀 보자며 카드를 빌려달라고 했다. 딸에게 엄마 꺼로 가족 카드를 만들면 될 거라며 만들어서 집으로 보내라고 했더니 얼마 후
“엄마~~~ 엄마는 가족 카드가 안된대.
오빠만 된대 “라고 했다.
아니 내가 가족이 아니라니,
25년 키운 엄마가 가족이 아니라니 세상에 이럴 수가.....
그렇다. 이제 딸에게 가족은 사위이다.
생각해보니 남편의 그룹에도 임직원 카드가 있었지만 어머님이 아니고 내가 그 카드를 썼다. 우리의 주민등록 등본을 떼어도 이제 우리 가족에 딸은 없다. 우리 딸도 딸을 낳았으니 그 셋이 가족이다. 손녀가 그린 가족 그림 속에 저희 셋과 가정부(홍콩에서 가정부를 두고 살고 있다.)가 있을지언정 나와 남편은 없다.
나는 딸이 결혼한 후에 가족 전체의 모임이 있을 때가 아니고는 내가 먼저 저희들을 만나자거나 부른 적이 없다. 둘이 직장을 다니니 그들의 상황에 맞게 만나면 되지 사위와 친해지려고 의도적으로 만나거나 부르지 않았다. 사위가 만든 만남은 거절한 적이 없는 것 같고 항상 즐거웠다.
우리 딸은 정말로 집안일에 서투른 아이였다. 깔끔하게 정리정돈을 하는 아이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걸 치우러 아이들 집에 드나들지 않았다. 도움을 요청할 때에는 무조건 갔다. 약간의 무관심이 우리가 갈등 없이 지낸 비결이라고 나는 믿는다.
어느 날 저녁, 딸이
“엄마~~
엄마가 보고 싶어 “라는 톡을 보내와서 깜짝 놀랐다.
“스타킹 빨아놓은 것이 없어서 할 수 없이 레깅스 신고 갔더니 보는 사람마다 스타일이 바뀌었다고 해. 난 오늘의 내가 정말 싫어~~~”
“지금 너희 집 가서 빨래 돌릴까?”
“아니야. 스타킹 샀어.
그냥 엄마가 보고 싶었어. 또 연락할게 “
사위가 없는 주말에 딸의 집에 가서 도와준 적도 있지만 그럴 때 집안을 보면 도움이 되는 말과 함께 잔소리가 나오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사위가 있을 때도 잔소리가 나올까 봐 혼자서 일을 하러 가지는 않았고 나중에는 주 1회 아는 사람을 보내 집안일을 하게 했다.
언젠가는 딸이 한 달이나 출장을 갔다 오는 날이라 반찬 몇 가지를 냉장고에 넣어두겠다고 딸과 연락을 해두고 그 집에 갔다. 현관문을 여니 내가 다녀갈지 몰랐던 사위는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하려고 현관부터 애드벌룬이랑 풍선, 꽃들로 집안이 온통 장식이 되어있었다. 나는 반찬을 그대로 들고 나와서 딸에게 바쁜 일이 생겨서 오늘은 못 가겠다고 했다. 나도 한 달 넘게 딸을 못 봐서 정말 보고 싶었고 다음 날 먹을 게 없을 텐데 하는 걱정이 많았지만 그냥 참기로 했다.
결혼 한지 몇 달인가 지났을 때 딸이 울며 전화가 왔다. 그날은 주말이었는데 몇 주 야근과 주말 근무를 하다가 겨우 쉬게 된 날이라 마냥 자고 싶은데, 신랑이 시댁과 식사 약속과 함께 집에 와서 시간을 보낼 약속을 잡아놓았기에 화를 냈더니 신랑이 나가버렸고 전화도 받지 않는다는 거다. 사위는 아내의 바쁜 일이 끝난 소중한 시간을 본가 가족이랑 모두 함께 보내고 싶었던 게다.
엄마는 이 전화 안 받은 거다. 얼른 시어머니께 전화해서 사실대로 말해라. 말씀드릴 때 네가 잘못해서 오빠가 그런 거라고 똑바로 말하라고 했다. 결국 그날 딸 부부는 시댁 식구들과 좋은 시간을 잘 보냈다. 딸에게는 꼭 나만큼의 사이인 또 다른 부모님이 생긴 것이다.
나는 딸에게서 조금 떨어져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