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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영씨 Jun 29. 2016

그날 이후

육아그림일기

'여보오~ 나 이제 출발해에~'

회식이라더니 분명 술에 취해서 혀가 꼬부라지는데 절대 술에 취하지 않았다고 벅벅 우긴다. 맞벌이라 나도 회식이 있고 나도 술에 취할 수 있는데 '너는 여자라 안된다'며 회식이라도 맨정신에 곱게 일찍 집에 들어오기를 바라는 배짱 좋은 남편.

결혼 초기에는 대칭 저울에 하나하나 달아가며 너는 되는데 나는 왜 안되냐고 매번 싸웠다. 회식으로 늦은 날, 출장으로 늦은 날 남편 말처럼 여자 혼자 골목을 걷는 일이 두려웠다. 그리고 집에 들어가면 싸움 끝에 화가 난 남편이 등을 돌리고 있었다. 이런 생활이 회식이 있을 때마다 반복되었다.


남편이 회식으로 늦은 어느 날.  나는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마중 갈까?"


그리곤 술에, 기분에 출렁이는 몸을 가누고 올라오는 남편을 만나 같이 집에 들어갔다. 왜 늦었는지 잔소리 따위는 필요 없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늦은 밤 홀로 휘청이며 계단을 오르면 내 앞에 선물처럼 남편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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