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그림일기
"야야, 오늘 어찌나 정신없던지. 열쇠 못 봤냐? 아무래도 열쇠를 꼽아두고 그냥 온 거 같다. 우산이며 가방이며 두 손이 모자라고 토마토는 무겁고... 다시 나가서 찾아도 없고...
근데 밖에 어떤 남자가 있는데 자꾸 골목에 서있어. 세 번이나 봤거든. 이걸 어쩌냐"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는 골목길의 수상한 남자를 어찌해야 할지 심각한 고민을 했다. 결국 열쇠집에 연락해서 도어록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설거지를 하기 위해 꺼낸 다은이 도시락 가방 속에서 얌전히 놓인 열쇠를 발견했다. 다은이는 할머니를 위해서 '열쇠는 내가 챙겼어!'라고 말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비가 오는 소리와 비 내음을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엄마에게 육아를 맡긴 이후, 비가 곱게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