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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영씨 Jul 14. 2016

시간을 넘어선 물건

육아그림일기

내가 내 딸 나이였을 때 우리 엄마는 미용 가운을 씌워 머리카락을 잘라주곤 했다. 세명이나 되는 딸을 미용실에 데려가기는 돈이 아깝고, 또 그러기에는 우리 엄마의 손재주가 너무 좋았다. 엄마는 순전히 필요에 의해서 미용기술을 익혀 딸 셋의 머리를 자르고 묶고 따고 파마를 해주었다. 그 미용 가운은 아직도 남아있고, 또 상태도 괜찮은 터라 남편은 아이들에게 그 미용 가운을 씌워 머리카락을 잘라준다. 두 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미용실에 데려가기는 돈이 아깝고, 또 그러기에는 우리 남편의 손재주가 너무 좋다. 남편은 순전히 필요에 의해서 미용기술을 익혀 아이들과, 형, 매형, 아버지의 머리카락을 잘라준다.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지금 내 그림일기를 보면서 '세상에. 내가 우리 아이 머리카락 자를 때 쓰는 이 미용 가운이 벌써 3대째야?'라고 놀라는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 시간을 넘어서는 물건은 이야기를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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