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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영씨 Nov 18. 2016

두 번째 퇴사, 그리고 이직

육아그림일기

회사를 이직하면서 잠시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갑자기 생긴 이 시간 동안 하고 싶은 것도, 해줄 것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도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내가 해준 것은  아침저녁으로 등하교를 한 것뿐이다.  


엄마가 회사를 그만두는 날짜만을 기대하고 있던 둘째는 아침 6시에 '같이 유지원 가자'고 속삭이며 나를 깨웠다. 밥을 챙기며 아이들 책가방을 들고 교복을 준비하는 나를 위해 서둘러 똥을 누고 나왔으며, 빨리 이를 닦으라고 칫솔을 흔들어대는 나에게 입속에 밀어 넣은 밥을 꿀꺽 삼켜주었다. 유치원 가는 길에 두 아이는 끊임없이 싸우고 놀려대며 토라지고 울었으나 유치원 차 앞에서는 오빠를 힘껏 껴안으며 하이 파이브로 마무리했다.


아이들이 보여 준 것은 내가 모르는 일상의 모습이었고, 그것은 짧은 기간 동안 강한 여운으로 내 가슴에 남았다. 서글펐고, 미안했고, 고마웠다. 다시 회사에 다니고 있는 지금, 여전히 아침마다 투닥이며 등교를 하고 있을 아이들과 할머니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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