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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영씨 May 15. 2017

김쌈

육아그림일기

기숙사에서 사는 조카가 아침밥으로 시리얼이 나오자 툴툴거렸다고 한다. 집에서 매 끼니 밥과 반찬을 정성스레 내주었던 형님은 이건 아니지 싶었단다. "올케, 밥을 매번 차려주면 아주 당연한 줄 알아. 시리얼도 먹을 수 있고, 빵도 먹을 수 있는 거 아냐. 그게 불평할 일은 아니지"라며 너무 밥을 차려주려고 애쓰지 마라 조언해주었다. 


그리고 내 친구는 "얘들이 김쌈(밥에 김을 묻혀주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라며 그 재미난 걸 안해주었냐고 했다. 


그래, 간단히 먹자. 하고 출근준비를 일찌감치  마무리했다. 냉장고에서 햄, 당근, 파프리카와 김치를 꺼내 송송 썰어 속을 준비하고, 김가루를 접시에 담아 식탁에 내놓았다. 그리고 아이들을 깨워 세수시키고 옷 입히고 가방 챙겨 앉힌 후 손에 비닐장갑을 끼우고 다 같이 김쌈을 만들었다. 

"엄마, 오늘은 김밥이야?"하며 그들의 조언대로 아이들은 재미나고 맛나게 만들어 먹었고, 나는 바닥에 떨어진 김가루와 밥풀을 기어다니며 치운 후 현관문을 나섰다. 


김쌈과 시리얼의 미덕은 간단히 먹는 것으로 알았지만, 먹는 것만 간단한건 뭘까. 


그날 오후, 김쌈 레시피를 들은 내 친구가 혀를 끌끌 찼다. "어이구.... 진정한 김쌈은 밥과 김이라구. 아직 한참 멀었네"


아, 그게 아니었구나. 나중에 며느리가 아들버릇 잘못 들였다고 타박하면 어쩌지 싶어 다시 적당히 하기로 맘 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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