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이른 아침을 좋아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주일 열심히 버티고 토요일 7시쯤 눈을 뜰 때의 기분. 회사 생활을 10년 넘게 하다 보니 주말에도 일찍 눈이 떠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래도 이른 휴일의 시작은 늘 반갑다. 이런 날엔 먼저 블루투스 스피커를 연결하여 음악을 튼다. 주로 잔잔하지만 경쾌한 피아노 곡. 그런 다음 SNS, 뉴스를 훑어보다가 나도 모르게 휴대폰을 쥔 채 다시 잠에 빠져든다. 한 시간 정도 후에 또 눈이 떠지면 그땐 몸을 일으켜 침실 밖으로 나온다. 물을 한잔 마시고, 빨래를 시작한다. 거실의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며 읽다 만 책을 들고 소파에 눕는다. 세탁기의 적당한 백색소음과 은은하게 풍겨오는 세제 향기를 맡으면 절로 포근해진다. 날씨는 별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 쨍쨍한 날에는 볕을 느끼면서 창밖을 바라보기도 하고, 흐린 날에는 조금은 나른해지는 것 그대로도 좋았다. 기운이 넘치는 날이면 차를 타고 고속 터미널 꽃 시장을 향할 때도 있다. 코 끝으로 강하게 들어오는 식물들의 향을 맡으며 한두 다발 정도의 꽃을 사 온다. 집에 돌아와서 사 온 꽃을 다듬고 화병에 꽂아두면 길어야 두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마치 큰 할 일을 마친 것처럼 뿌듯해 다시 소파나 침대에 눕는다. 하루를 충실히 살았다는 만족이 온몸을 덮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침은 달라졌다. 저녁 약을 먹고서도 깊이 잠들지 못하는 나는 아침이 되어도 잠이 제대로 깨지 못한다. 억지로 일어나 아침 약을 삼키지만 몸은 물먹은 솜처럼 무겁기만 하다. 물론 빨래와 집안 정리를 하기는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 오는 행복과 만족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독서에도 집중을 못 한다. 누워서 생각에 잠겨 하루를 흘려보내기만 한 것이 벌써 1년 반이 넘었다. 이대로 시간을 영영 버릴까 봐 두려워지기도 했다.
그래도 이 글을 쓰면서 다가오는 주말엔 아침 일찍 카페에 나가볼까 하는 마음이 든다. 아직은 더디지만, 언젠가 다시 내가 사랑하던 아침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