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파견을 갔던 부처에서는 직원들이 매년 닮고 싶은 상사(베스트)를 투표로 뽑았습니다. 노조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직원들이 봉투에 닮고 싶은 상사와 안 닮고 싶은 상사를 적어 제출하면 결과가 나옵니다. 베스트는 보도자료로 배포될 정도였죠. 그때가 되면 갑자기 과장님들이 밥도 사주고 일도 덜 시키고 그런다고 합니다.
어느 날 저와 과장님은 서울 출장 중이었다가 늦어서 세종에 못 돌아오고, 서울에서 숙박을 하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밤 12시에 숙소에 도착했고, 과장님은 좀 아쉬웠는지 술 한잔 하자 하셔서 딱 1시간만 마셨습니다. 피곤한 가운데 술도 급하게 마시다 보니 둘 다 금방 취했습니다. 진솔한 이야기가 시작되었죠.
과장님께서는 곧 있을 닮고 싶은 상사 투표에서 베스트 욕심이 있단 말씀을 슬며시 하셨습니다.
저는 평소에 그 과장님을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일에는 매우 엄격하고 진지하셔서 함께 일하기 힘든 점도 있었지만, 인격적으로는 굉장히 훌륭하셨습니다. 과장님만 잘 따라가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보고서 쓰는 법도 다 과장님께 배운 것이죠. 제 공직 생활에 롤모델입니다.
저는 진심으로 과장님께서 베스트로 뽑히길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과장님은 오랫동안 외부에 파견을 나가 있었기 때문에 부처 내 직원들에게 인지도가 없었습니다. 저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그 과장님 좋다며 뽑아달라는 홍보를 했었으나, 저도 파견 온 사람으로서 인맥이나 영향력이 많이 부족했죠.
그 술자리에서 제가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과장님을 뽑을 거지만, 사람들이 과장님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이번에 베스트가 되긴 어려울 것 같다고요. 과장님께서는 그런 사실을 인정하시면서도 못내 아쉬워하시더라고요. 역시나 얼마 후 발표된 베스트 명단에 과장님은 없었습니다.
파견에서 돌아온 후 몇 년이 지났지만 그 과장님께서 베스트에 뽑혔다는 이야기는 아직 안 들려옵니다. 반대로 과장님께서 너무 일을 잘하시다 보니 과장님과 함께 일하기 힘들다는 건 들어봤습니다. 아무래도 직원의 인기 때문에 일을 대충 하실 스타일은 아니라서 그럴 거라 예상은 했습니다. 물론 저는 그 방향성이 맞다고 봅니다. 언젠가 사람들이 과장님의 진심을 이해할 날이 오길 바랍니다. 그리고 베스트에 뽑히셨다는 소식도 꼭 듣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