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수습 사무관에게서 지자체 지방 연수가 폐지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방 연수란 연수원 교육을 마친 국가직 공무원이 6개월 정도 각 시도 지자체에 배치되어 연수를 받는 것을 말합니다) 부처에 배치되기 전에 누릴 수 있는 마지막 여유였는데 말이죠. 저희 같은 고시 선배들이 지방 연수를 좀 더 제대로 했더라면 지방 연수가 없어지지 않았을 텐데라는 미안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저도 그때 실수를 한 적이 있었거든요.
저는 지방 연수를 받을 지자체로 강원도를 지원했습니다. 선배들에게 강원도에서 지방 연수를 하면 퇴근 후 스키장에 다닐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강원도 경쟁률이 높았습니다. 추첨에서 이겨 겨우 강원도에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주일에 두세 번 동기들과 스키장을 갔습니다. 퇴근하자마자 바로 출발하면 차로 40분 정도 걸렸습니다. 저녁 먹는 시간이 아까워서 차에서 샌드위치로 때웠습니다. 나중에는 퇴근 후 집에 들러 스키복으로 갈아입는 시간조차 아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스키 잠바를 입고 출근을 했죠.
그날 과장님께서 부르셨습니다.
"수습 사무관이니 부담 없이 지내라고 일도 별로 안 주고 배려를 많이 해줬다. 그런데 이렇게 입고 오는 건 너무 심한 것 아니냐. 주변에 직원들 눈도 생각해야 하지 않냐. 이제 사회에 첫 발을 떼는 공직자로서 긴장을 좀 했으면 좋겠다."
과장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후회가 막심했습니다. 동기들 중에 제일 큰 형인데도 분위기에 휩쓸려서 생각 없이 그런 행동을 하다니. 아무리 도청 직원분들이 괜찮다며 편하게 있다 가라고 말씀해주셨다지만, 그렇다고 진짜 편하게 행동한 건 제 잘못이 맞습니다. 이 일 이후로 제 행동 하나하나에 더 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스키를 정말 좋아합니다. 어느 조직에서든 스키 동아리가 있다면 꼭 가입할 정도입니다. 매년 친구들을 모아 근처 무주 스키장에 갔었죠. 하지만 최근에 코로나19로 스키장을 몇 년째 못 갔는데요. 아무래도 사회가 공직자들에겐 좀 더 엄격한 잣대를 대다 보니 가고 싶어도 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방 연수 때보단 좀 더 성숙해졌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