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킹오황 Feb 27. 2022

과장님이 욕할 때

일하다 보면 과장님이 화를 내며 욕하실 때가 있었습니다. 제가 수습 때 과장님은 부처 내에서 최고로 꼽히셨던 분인데, 그분도 욕하신 적이 있었더라고요. 정말 인자하신 분이라 욕하시는 모습이 상상이 안 되는데도 말이죠. 다행히 제가 있는 동안에는 그런 적이 없었습니다. 예전에 과장님이 욕하는 걸 경험해보신 선배의 이야기입니다.


#1

과장님께서 사무실에 들어오시더니 갑자기 큰 소리로 "X발"이라고 외치셨답니다. 그러고 옆에 쓰레기통인지 의자인지를 발로 차는 바람에 다 부서졌고요. 그 후로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욕설을 내뱉으셨습니다. 사람들은 저럴 분이 아닌데 왜 그러지 하면서 다들 숨 죽이고 그 과정을 쳐다보기만 했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운영지원과에서 자기 직원을 다른 데로 보내는 것 때문에 열 받으셔서 그랬던 것이었습니다. 과장님과 협의 없이 자기 사람을 빼가는 거에 대해 열 받기도 하고, 또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 앞으로 그럴 일이 없을 거라는 전략적 판단 하에서요. 감정적으로 욕한 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2

한 번은 과장님과 선배가 산하기관에 출장을 가는 날이었습니다. 과장님께서 그 선배에게 회의 자리에서 욕 한번 할 테니 놀라지 마라고 미리 언질을 주셨다더군요. 그동안 좋게 말로 이야기를 했는데 시정이 잘 안 되어서 일부러 회의 중에 화난 듯 욕을 하셨답니다. 뭐 크게 심하게 하진 않은 것 같지만, 그래도 선배가 충격받으실까 봐 사전에 알려주셨다더군요.




사실 업무 중에 욕을 하는 과장님들이 있기는 합니다.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정말 분노조절장애가 아닌 이상 업무 중에 욕을 한다는 건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오죽하면 욕까지 하겠냐는 제스처죠. 하지만 저는 그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요즘 같은 시대에 잘 어울리지도 않고요. 오히려 잘못한 점을 딱 집으면서 차분하고 냉정하게 말하는 게 더 멋져 보이는데 말이죠.

작가의 이전글 사무관 월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