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킹오황 Feb 26. 2022

사무관 월급

#1

신입 때였습니다. 주무관님들이랑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다들 저보고 그러셨습니다. 사무관이 월급이 많을 테니 점심 쏘라고. 저는 제가 직급이 높으니 원래도 계산할 생각이었지만, 사실관계는 바로 잡고 가자며 제 월급이 더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무도 제 말을 믿지 않았죠. 서로의 월급을 까서 비교해보기로 했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제가 제일 적었습니다. 제가 신입이기도 했고, 군대로 인한 호봉 가산도 못 받은 것도 있었겠죠. (병역특례는 인정 안 해줬기 때문에 다른 군필 남자 동기보다 호봉이 낮았습니다) 어쨌든 주무관님들은 시간이 지나 호봉이 쌓이면 자기들보다 많이 받게 될 거라며 위로를 해주셨습니다.


#2

일이 너무 바빠서 과장님께서도 집에 못 들어가며 일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새벽 5시에 사무실 바로 옆 체력단련실에서 샤워를  하시고 아침에 서울로 출장 가시는 일도 빈번했습니다. 저는 그런 과장님을 놔두고 집에 먼저 들어갔었죠. 나중에 급한 일들이 마무리되고 나서 과장님과 저녁을 먹을 때였습니다.


"과장님, 과장님께서 그렇게 바쁘실 때 도와드리지도 못하고 먼저 들어가서 죄송했습니다."

" 사무관, 내가 너보다 월급을  많이 받잖아. 그러니 내가 일을 하는  당연한 거야."


직급이 올라갈수록 책임이 더 커진다는 그때 과장님의 말씀 잊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월급도 오르겠죠?


#3

최근에 연말정산을 하면서 봤더니 작년 총수입이 세전 6천이 안되더라고요. 다른 부처 사무관인 제 부인은 저보다 연봉이 살짝 더 높았습니다. 공무원 선배라서 호봉이 높기도 하고 초근수당, 중요직급수당 등 각종 수당들을 많이 받았거든요. 종종 돈 많이 버는 사람이 바깥양반 아니냐며 저보고 집안 살림을 맡아서 하라는 농담도 합니다. 실제로 요즘은 일이 덜 바쁜 제가 빨래나 설거지를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적극행정 한번 해보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