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인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젊은 사무관들을 뽑아 자신이 맡은 정책을 홍보하는 유튜브 영상을 만든다고요. 저는 파견 온 사무관이었습니다. 대변인실에다 연락했죠. 저는 타 부처 사람인데 여기 부처를 홍보하는 영상을 찍는 게 부적절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얄짤없었습니다. 홍보 대상은 사무관이 아니라 정책이고, 저는 그 정책 담당자이니 저를 찍는다 해도 문제없다는 답변을 받았죠.
할 수 없이 대본을 만들고 연습을 했습니다. 영상에서는 젊은 사무관이라고 표방했지만 사실 저는 동기들에 비해 나이가 많은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영상 촬영을 하는데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촬영 감독님은 저에게 (젊은 사람처럼) 목소리 톤을 좀 높여서 재미있게 하라고 하셨고 저는 그 주문에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수많은 엔지 끝에 5분 분량의 촬영이 끝났습니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그러나 일주일 후에 대변인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제 영상이 너무 못 나와서 재촬영하기로 했다고. 두 번째 촬영은 좀 나았습니다. 처음부터 하이톤으로 꺅꺅 소리를 질렀고 촬영 감독님은 흡족해하셨습니다. 그렇게 제 영상은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친구가 신문기사 링크를 메시지로 보내줬습니다. 뭔가 하고 열어봤더니 한 일간신문에서 정부의 유튜브 홍보비 사용에 대해 비판하는 기사였습니다. 그런데 그 기사의 사진에 제 얼굴이 실려있었습니다. 눈만 모자이크 처리한 거라 저를 아는 사람은 다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아마도 제 영상이 제일 늦게 올라왔기 때문에 뽑힌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모자이크가 된 채 기사에 박제가 되었습니다.
나중에 파견이 끝나고 원래 부처로 돌아왔을 때도 저는 그 일을 비밀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나가다 만난 대변인실 과장님께서 저보고 영상 잘 봤다고 하시더라고요. 또, 대변인실 사람들 다 봤다며 앞으로 우리 부처 홍보 영상에도 출연시킬 거라는데, 정말 숨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