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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Feb 24. 2022

정책 홍보영상 찍기

대변인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젊은 사무관들을 뽑아 자신이 맡은 정책을 홍보하는 유튜브 영상을 만든다고요. 저는 파견  사무관이었습니다. 대변인실에다 연락했죠. 저는  부처 사람인데 여기 부처를 홍보하는 영상을 찍는  부적절한  같다고 했습니다. 얄짤없었습니다. 홍보 대상은 사무관이 아니라 정책이고, 저는  정책 담당자이니 저를 찍는다 해도 문제없다는 답변을 받았죠.


할 수 없이 대본을 만들고 연습을 했습니다. 영상에서는 젊은 사무관이라고 표방했지만 사실 저는 동기들에 비해 나이가 많은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영상 촬영을 하는데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촬영 감독님은 저에게 (젊은 사람처럼) 목소리 톤을 좀 높여서 재미있게 하라고 하셨고 저는 그 주문에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수많은 엔지 끝에 5분 분량의 촬영이 끝났습니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그러나 일주일 후에 대변인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제 영상이 너무 못 나와서 재촬영하기로 했다고. 두 번째 촬영은 좀 나았습니다. 처음부터 하이톤으로 꺅꺅 소리를 질렀고 촬영 감독님은 흡족해하셨습니다. 그렇게 제 영상은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친구가 신문기사 링크를 메시지로 보내줬습니다. 뭔가 하고 열어봤더니 한 일간신문에서 정부의 유튜브 홍보비 사용에 대해 비판하는 기사였습니다. 그런데 그 기사의 사진에 제 얼굴이 실려있었습니다. 눈만 모자이크 처리한 거라 저를 아는 사람은 다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아마도 제 영상이 제일 늦게 올라왔기 때문에 뽑힌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모자이크가 된 채 기사에 박제가 되었습니다.


나중에 파견이 끝나고 원래 부처로 돌아왔을 때도 저는 그 일을 비밀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나가다 만난 대변인실 과장님께서 저보고 영상 잘 봤다고 하시더라고요. 또, 대변인실 사람들 다 봤다며 앞으로 우리 부처 홍보 영상에도 출연시킬 거라는데, 정말 숨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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