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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Feb 23. 2022

단골 빵집이 맛집이 되다니

세종에 와서 처음에는 오피스텔에 살았습니다. 당시 여자친구(현 부인)도 가까운 데 살았는데요. 둘이 자주 가던 동네 빵집이 있었습니다. 집 근처에 새로 생긴 곳이길래 한 번 가봤더니 너무 맛있어서 바로 단골이 되었죠. 주말이면 빵집에서 커피를 종종 마셨습니다. 여자친구 전화번호로 열심히 포인트를 적립했고요.


둘이 몇 달간 헤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 빵집에 다녔습니다. 그만한 곳이 없었거든요. 다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한 번도 제 전화번호로 포인트 적립을 한 적이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단골집이라 뻔히 저를 알 텐데 지금 와서 갑자기 다른 번호로 포인트를 적립하겠다고 말하면 이상하게 볼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여자친구 핸드폰에다 적립을 했습니다. 저도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땐 괜히 사람들에게 헤어졌다고 설명하고 싶지 않았나 봅니다. 그렇게   동안 꾸준히  여자친구 포인트를 쌓았습니다. 그러다 재결합해서 결혼까지 했기에 망정이었죠. 나중에 제가 적립한 이야기를 부인에게 해줬더니  그렇게 좋아하더라고요.




지금은 어떻게 알려졌는지 모르겠지만 엄청 유명한 빵집이 되었습니다. 가게도 확장하고 주말엔 손님들이 많아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빵집 안에서 한적하게 커피를 마시는 것은 이제 상상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사장님 얼굴 보기도 어렵고요. 저만 알고 있던 아지트를 잃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주말이면 부인과 함께 그 빵집에 종종 갑니다. 가서 포인트를 적립할 때마다 옛 생각이 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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