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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Feb 22. 2022

쉴 수 있을 때 쉽시다

에이스라 불리는 선배가 있었습니다. 2~3년 차 사무관일 때 국 전체를 총괄하셨다는 전설적인 분이셨습니다. 언젠가 그 선배와 같은 과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 기대가 컸습니다. 얼마나 일을 잘하고 열심히 하길래 그런 소문이 났을까 했죠. 그런데 실제 우리 과에서 일하시는 모습을 보니 다른 선배들과 크게 다른 느낌을 못 받았습니다. 죽어라 일만 하실 줄 알았던 제 예상과 살짝 달랐습니다.


그 선배와 술 한잔 하면서 들었습니다. 선배는 예전에는 정말 너무 고생했었고 당연히 그렇게 일을 해야 하는 줄 알았다는데, 어느 날 자리에서 눈을 감고 있다 떠보니 앞이 안 보인 적이 있었답니다. 곧 눈이 보이기 시작했었지만 그 순간은 너무 놀랐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보다 건강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예전만큼 열심히 하지 않는다더군요. (물론 엄청 효율적으로 일을 하셨습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눈이 안 보일 정도까진 아니었고요. 엑셀의 숫자를 맞춰보는 적이 있었는데 순간 몸이 떨리면서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도저히 모니터 안에 숫자를 볼 수가 없어 바로 사무실 밖으로 뛰쳐나갔었습니다. 한참 후에 어지러움이 좀 진정되자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작은 글씨를 읽을 수 없으면 어떡하지? 이제 일을 그만둬야 하나?'


사무실로 돌아와 주무관님께 뻥이 아니라 정말 글씨가 눈에 안 보여서 그러는데 제 일을 좀 마무리해달라고 부탁하고 그날은 쉬었습니다. 다음 날 조심스레 엑셀을 열어서 글씨를 읽어봤더니 다행히 괜찮았습니다. 이후에도 이런 경우가 몇 번 더 있었지만 과로 때문이라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고 있습니다.




예전에도 일하다 아픈 이야기를 적었더니 걱정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사족을 달아보자면, 요즘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는 많이 줄었습니다. 현재 제 업무가 시즌을 타는데 지금은 비시즌이라 그런 것도 있습니다. 지금처럼 여유가 있을 이렇게 글도 쓰고 알차게 시간을 보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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