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인사 시스템은 생각보다 유연합니다. 국장이 국 내에서 인사를 할 수 있고, 과장은 과 내에서 직원들 업무분장을 조정할 수 있죠. 그러다 보니 어떤 과장님은 일 잘하는 직원에게 중요한 업무를 몰아주기도 합니다. 조직은 시스템으로 굴러가야지 개인 능력에 따라 바뀌면 안 되는 게 제 생각입니다. 결국 일 잘하는 사람이 자리를 옮기면 또 업무분장이 바뀌겠죠.
#1
인사팀에서는 제가 파견을 갈 때만 해도 다녀오면 좋은 자리에 보내준다며 다녀오라고 했지만, 1년 후 복귀할 때 저를 예전에 근무했던 자리로 보냈습니다. 과장님은 제가 전에 했던 업무를 맡기시면서 원래는 4명이서 하던 업무였지만 저는 경험이 있으니 2명이서 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누가 오더라도 할 수 있도록 업무분장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2명이서 정말 힘들게 일했습니다.
저는 기회가 될 때마다 과장님께 1명이라도 더 달라고 졸랐습니다. 결국 한 명 더 받게 되었지만 그동안 우리가 바쁘게 일하면서 잃었던 건강과 시간은 되돌릴 수 없었죠. 그래도 3명이라도 만들고 제가 그 자리에서 나와서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후임자는 저보단 좀 덜 힘들었겠죠.
#2
한 번은 하나의 사업을 3명이서 한 적도 있었습니다. 출장 교육이 너무 잦아서 사람이 필요한 업무였습니다. 새로 부임하신 과장님께서 보시더니 너무 사람이 많다며 저를 다른 자리로 옮기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도 사업에 지장이 없을지 저에게 물어보셨죠.
"지금 주무관님은 그 업무에 2년 정도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제가 없더라도 사업에 지장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주무관이 오면 분명 사업에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한시적으로는 괜찮아도 결국 사무관을 받아서 그 자리를 채워야 할 것입니다."
과장님께서는 고민을 하시다 결국 저에게 다른 업무를 맡기셨고, 나머지 2명이 그 사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베테랑 주무관이 있는 동안에는 사업이 잘 추진됐지만, 그 후 주무관이 바뀌면서 사업에 차질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이 경우를 보면서도 역시 개인의 역량에 따라 업무를 분장하는 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