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가 있었습니다. 주무관님이 대응을 하고 있었죠. 그러다 감사를 받던 도중에 주무관님이 2주간 해외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주무관님은 감사가 거의 다 끝났으니 크게 신경 쓸 일이 없다고 하셨죠. 저는 그 말을 믿었습니다.
감사원 조사관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와서 설명하라는 것이었죠. 저는 감사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사업 설명만 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감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조사관은 기금으로 저리의 융자를 지원하면서 생긴 결손금 내역을 조사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문제가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다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사무실로 와서 감사에 대응한 이야기를 했더니 사람들이 큰일 난다면서 저를 말렸습니다. 조사관이 묻는 거에 답을 해야지 쓸데없이 제가 아는 걸 신나게 말하면 안 된다라고요. 그리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에 말을 해야지 그냥 제 생각을 말해서도 안된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조언을 참고하면서도 왜 우리 기금에 그런 문제가 생기는지 궁금했습니다. 계속 조사하고 공부했죠.
그 후로도 몇 번을 더 불려 갔고, 조사관과 매일 전화했습니다. 어떤 날은 4시간을 통화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조사관이 힘들어했습니다. 조사관 입장에서는 20여 개의 기금에 대해 동시에 감사하기 때문에 제 기금만 붙잡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거기다 제 담당 기금은 액수도 적어서 그냥 확인만 받으려고 한 거였습니다. 저는 그 속사정도 모르고 진지하게 문제를 파헤쳤죠. 옆에 주무관님이라도 있었으면 저를 말렸을 텐데 말이죠.
저는 융자 사업 위탁 기관, 집행 기관, 협력 기관들을 다 불러서 함께 고민했습니다. 기관들에게 각종 자료를 다 받고 분석했죠. 그 덕에 그동안 피상적으로 알고만 있었던 사업을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융자 사업의 근본적인 문제도요. 그렇지만 그 부분은 감사원이 관심이 없었습니다. 왜냐면 그건 우리 기금에 특화된 문제였거든요.
결과적으로 확인서를 한 장 썼습니다. 기금을 A 방식으로 운영하면 B의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C 방식으로 개선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내용이었죠. 그렇게 감사가 끝나자마자 저는 근본적인 원인까지 고칠 수 있는 기금 운영에 관한 훈령의 개정을 준비했습니다. 나중에 과장님께 쓸데없는 데 힘 뺀다고 한 소리 들었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감사를 받은 게 제도 개선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