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킹오황 Mar 07. 2022

감사원 감사

감사원 감사가 있었습니다. 주무관님이 대응을 하고 있었죠. 그러다 감사를 받던 도중에 주무관님이 2주간 해외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주무관님은 감사가 거의 다 끝났으니 크게 신경 쓸 일이 없다고 하셨죠. 저는 그 말을 믿었습니다.


감사원 조사관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와서 설명하라는 것이었죠. 저는 감사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사업 설명만 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감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조사관은 기금으로 저리의 융자를 지원하면서 생긴 결손금 내역을 조사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문제가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다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사무실로 와서 감사에 대응한 이야기를 했더니 사람들이 큰일 난다면서 저를 말렸습니다. 조사관이 묻는 거에 답을 해야지 쓸데없이 제가 아는 걸 신나게 말하면 안 된다라고요. 그리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에 말을 해야지 그냥 제 생각을 말해서도 안된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조언을 참고하면서도 왜 우리 기금에 그런 문제가 생기는지 궁금했습니다. 계속 조사하고 공부했죠.




그 후로도 몇 번을 더 불려 갔고, 조사관과 매일 전화했습니다. 어떤 날은 4시간을 통화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조사관이 힘들어했습니다. 조사관 입장에서는 20여 개의 기금에 대해 동시에 감사하기 때문에 제 기금만 붙잡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거기다 제 담당 기금은 액수도 적어서 그냥 확인만 받으려고 한 거였습니다. 저는 그 속사정도 모르고 진지하게 문제를 파헤쳤죠. 옆에 주무관님이라도 있었으면 저를 말렸을 텐데 말이죠.


저는 융자 사업 위탁 기관, 집행 기관, 협력 기관들을 다 불러서 함께 고민했습니다. 기관들에게 각종 자료를 다 받고 분석했죠. 그 덕에 그동안 피상적으로 알고만 있었던 사업을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융자 사업의 근본적인 문제도요. 그렇지만 그 부분은 감사원이 관심이 없었습니다. 왜냐면 그건 우리 기금에 특화된 문제였거든요.


결과적으로 확인서를 한 장 썼습니다. 기금을 A 방식으로 운영하면 B의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C 방식으로 개선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내용이었죠. 그렇게 감사가 끝나자마자 저는 근본적인 원인까지 고칠 수 있는 기금 운영에 관한 훈령의 개정을 준비했습니다. 나중에 과장님께 쓸데없는 데 힘 뺀다고 한 소리 들었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감사를 받은 게 제도 개선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전설의 스터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