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촌에서 저는 인기가 없었습니다. 30대 나이에 행시를 처음 준비했으니 나이도 많은데 아는 건 없었죠. 친구도 없어서 처음엔 스터디에 의존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행시 카페에서 본 스터디 모집 글에 지원하면 다 거절당했죠. 이유는 분명하진 않았지만 많은 나이와 짧은 공부기간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2번째 시험 탈락 후 저는 고시판이 돌아가는 방식에 감을 잡았습니다. 제가 직접 스터디를 모으기로 했죠. 행시 카페에서 모을까 하다가 제가 종종 도움을 받았던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봤죠. 디씨인사이드였습니다. (행시와 이미지가 잘 안 맞는 것 같지만, 의외로 행시 갤러리는 당시에 합격자도 많이 배출한 청정 갤러리였습니다)
사실 아무도 지원을 안 할 줄 알았는데, 한 명이 연락이 왔습니다. 그러면서 똑똑한 동생이 있는데 같이 해도 되냐고 물었습니다. 제가 아는 동생과 그렇게 4명이서 스터디를 꾸리게 되었습니다. 결과부터 말씀드리자면, 3명은 행시에 합격해서 중앙부처에, 1명은 양시(행시, 입시)를 합격해서 국회에 있습니다.
처음 모였을 때 제가 스터디 장이자 큰 형으로서 많이 겁을 줬습니다. 일주일에 교과서 1권씩 뗄 거라고 했죠. 하루 종일 스터디 준비만 해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진도를 나갔습니다. 다들 잘 따라오더라고요. 오히려 저보다 더 잘했죠. 스터디 꾸릴 때만 해도 이 정도로 기대한 건 아니었는데 진짜 전원 합격도 가능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해 저 빼고 다 붙었습니다. 저는 1차 시험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그다음 해에 합격했고요.
어쨌든 디씨를 통해 모인 모두가 합격하게 된 전설의 스터디가 됐죠.
하나만 더 이야기를 하자면, 저만 떨어지고 혼자 공부할 때도 디씨에서 스터디를 모집했습니다. 한 명이 지원을 했죠. 그 동생이랑 동고동락하면서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해에는 저만 붙었지만 나중에 그 친구는 수석으로 합격했습니다. 저는 정말 운 좋게도 똑똑한 사람들을 만나서 공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