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킹오황 Mar 15. 2022

국민의 세금으로

제가 존경하던 과장님이라도 항상 그분의 의견을 따른 건 아니었습니다.


교육·홍보 사업을 할 때 과장님께서는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이니 가장 잘할 것 같은 사업자에게 지원하는 것이 맞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사업기획을 잘 써온 유명한 언론사가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저에게 기획력이 부족해 보이는 사업자가 지원한 경우에는 선정을 안 하는 방향으로 검토하도록 지시하셨습니다.


저는 다른 의견이었습니다. 지원 사업이란 것은 잘하는 곳에 보조해서 교육이나 홍보 효과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은 지원의 효과성이 낮더라도 사업 취지가 타당하고 지원을 통해 해당 사업자가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면 지원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곳이  군데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전까지 지원을 받았던 협회가 최근 계속 사업 공모에서 떨어지자, 능력 있는 대표를 영입해서 과거와 다른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공모에 신청을 했었습니다. 과장님께서는 갑자기  협회가 사람   영입했다고 얼마나 바뀌겠냐며 저희 사업으로 지원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셨고, 저는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자고 주장했습니다.


당연하게도 저는 과장님의 논리를 이길  없었습니다. 저희가 무슨 벤처 캐피털리스트도 아니고 저희가 쓰는 예산이 저희 돈도 아니었기 때문에 가장 효율적으로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라는 말씀에 반박할 수가 없었습니다.  협회의 대표는 사업 공모에서   탈락한 후에 협회를 떠났고, 협회도  이상 공모에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최근에 은퇴하신 다른 과장님은 저에게 공무원이라면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가끔 함께 지방 출장을 가게 되면 항상 지역의 특산품을 찾으러 돌아다니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저희가 아끼지 말고 열심히 사줘야 하지 않겠냐고요. 사실 저는 대형 마트에서 더 싸고 품질도 보장된 것들을 선호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좀 비싸더라도 가끔씩 전통시장에 들러서 슬리퍼 같은 걸 사기도 합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사업을 하는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머리는 사업을 효율적으로 집행해야 한다고 하지만 가슴은 좀 덜 빡빡하게 하더라도 국민을 위한다면 괜찮지 않을까라고 하거든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엘리베이터 귀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