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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Apr 24. 2022

내가 모른다는 걸 알게된 순간

중학교 때 수학 선생님을 괴롭혔던 적이 있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임의의 각을 3등분 하는 작도법이 없다는 걸 들은 직후였습니다. 저는 매일 밤마다 집에서 흰 종이 위에다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해보고 각도기로 3등분이 되었나 재었죠. 그러다 얼추 어떤 각이든 3등분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서야 잠에 들 수 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수학 선생님을 찾아가 제가 3등분 하는 법을 찾았다고 떼를 썼죠.


수학 선생님은 말씀하셨습니다. 3등분 하지 못하는 게 수학적으로 증명되었기 때문에 네가 하는 건 틀린 거라고요. 저는 이해를 못 했습니다. 제가 방법을 찾으면 되는 것 아니냐면서요. 그렇게 며칠을 선생님과 입씨름을 하다가 갑자기 뭔가 깨달았습니다.


첫 번째. 제가 찾은 방법들은 수학적으로 증명된 게 아니었습니다. 적당히 3등분이 될만한 지점들을 찾아 그은 것뿐이었죠. 어떤 각이든 3등분이 되려면 뭐 최소한 3개의 삼각형이 다 합동이기 때문에 각의 크기도 똑같다는 식으로 증명이 필요했죠.


두 번째. 처음에는 증명을 하지 않더라도 어떤 각이든 제 방식대로 3등분을 할 수 있으면 충분한 것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귀납적 접근에 오류가 있다란 걸 깨달았습니다. 모든 각에 대해 3등분이 될 거란 보장이 없었죠. 거기다 저는 문방구에서 파는 각도기로 각을 쟀는데, 모든 각이 30도, 64도 이렇게 정수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 3으로 나누었을 때 소수점까지 각도기를 눈대중해서 알기는 불가능했죠. 중학생이 갖고 있는 각도기는 대략적인 각의 크기만 알 수 있는 장난감에 불과했습니다.


그렇게 제가 모른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순간부터 스스로 제가 아는지 모르는 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깐 공부를 할 때 적당히 대충 알고 넘기기 싫었습니다. 확실히 이해한 후 다음 단계로 넘어갔습니다. 이게 습관이 되니까 공부가 쉬워졌죠. 질문도 많아졌습니다. 성적이 저절로 오르더군요. 그땐 남들이 재미없다는 공부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일을 하다 보면 가끔 길을 잃은 사람을 봅니다. 자기가 왜 이 업무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일단 시키니깐 하는 사람 말이죠. 일이 재미가 없고 힘들다며 불평하기도 합니다. 반면에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업무로 인해 혜택을 보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사람이죠. 이 사람은 어떤 업무를 맡더라도 지금보다 더 나은 방향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찾으려고 애를 씁니다. 저는 후자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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