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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Apr 26. 2022

낮에 걸을 때면...

의식의 흐름대로 썼습니다.

지방 출장이 많은 업무를 맡은 적이 있었습니다. 일부러 혼자 다녀온 적이 많았는데요. 이름도 생소한 도시에 기차나 버스를 타고 가면 마치 혼자 여행하는 기분이 났습니다. 도착해서도 가급적 교육 장소까지 걸어 다녔죠. (택시비 지원이 안 되어서 그런 건 아닙니다) 그냥 낯선 도시를 걷는 게 좋았습니다. 가끔 대낮에 정장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을 볼 때면 저 사람은 뭐하는 사람일까 궁금해했었는데, 그게 바로 저였습니다.


그렇게 걷다가 점심때가 되면 아무 식당이나 들어갔습니다. 아무 음식이나 시켜먹고요. 그리고 또 나와서 걷다가 보면 조용한 카페를 쉽게 마주칩니다. 그럼 또 카페로 들어가서 커피를 시키고 교육 시간 전까지 강의 준비를 했습니다. 평일 낮이라 아무도 없는 카페를 혼자 두리번거리기도 했습니다. 그런 저를 도대체 뭐하는 사람일까 궁금해하는 카페 주인의 시선이 뒤에서 느껴졌었죠.


솔직히 말하면 그때는 출장이 너무 잦아서 특별한 경험이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무실에 편하게 앉아서 일하고 싶어 했죠. 하지만 업무가 바뀐 후 외부 출장이 없으니깐 그때가 또 그립습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죠. 거기다 코로나 시국에는 공직자라고 주말에도 가급적 집에만 있었거든요. 지금은 날씨도 좋아서 그런지 밖으로 돌아다니는 자리로 옮겼으면 하는 마음도 생깁니다.




공무원으로 근무할 때 특징이 순환보직으로 여러 업무를 경험해볼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자리에 따라 하는 일이나 요구되는 능력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넓게 본다면 다 같은 행정업무이겠지만 조금만 더 깊게 들어가도 다양한 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어진 일들을 진지한 마음으로 잘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일이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제 동기 중에는 기관장의 대외 발표자료를 전담하여 1년 내내 ppt만 만든 사무관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저에게 이러려고 사무관이 됐냐며 불평을 많이 했지만, 저는 공무원 중에 ppt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니겠냐고 하면서 이왕 하는 것 많이 배우고 익히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그 친구도 ppt는 잘 만들 자신이 있다고 하더군요.


저도 연구용역을 추진하면서 대학교 교수님이 작성하신 몇 백 페이지 연구 보고서를 꼼꼼하게 다 읽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을 요청하면서 그 교수님과 그 분야에 대해 대등하게 토론했을 때 재미있었습니다. 오죽하면 이 분야로 대학원을 진학할까 진지하게 고민도 할 정도였으니깐요. 또, 행사 기념품을 준비할 때 행사 업체에서 제안한 뻔한 기념품(우산, 휴대용 선풍기 등) 말고 우리가 한번 기념품을 만들어 보는 게 어떻겠냐며, 몇 달 동안 우리 부처의 캐릭터를 인형으로 기획하고 제작하여 히트를 쳤을 때도 일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저는 어느 자리에서든 자기 일을 즐겁고 재미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브런치에서 많은 퇴사와 관련된 글을 읽을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하루에 1/3 이상을 직장에서 보내는데, 직장이 저를 힘들게 한다면 많이 괴롭겠죠. 그래도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그 노력이 저를 배신하진 않을 거다라고 믿고 있습니다. 쓰고 나서 보니 너무 뻔한 말 같아서 민망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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