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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May 10. 2022

친구 자랑했다가 후회한 일

강원도청에서 수습할 때였습니다. 어느 날 퇴직을 곧 앞두신 계장님께서 저를 부르셨습니다. 신문을 가리키며 이 사람과 제가 동창이 아니냐고 묻더라고요. 보니깐 제 친구가 맞았습니다. 지금은 미국에 있지만, 그땐 한국에서 꽤 큰 기업의 대표를 하고 있었거든요. 저는 또 목에 힘을 주고 말했죠. 베프라고, 지금도 종종 연락하고 지낸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계장님은 옳다구나란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그럼 자기가 부탁을 하나 하자며, 친구에게 강원도로 투자를 해달라는 말을 좀 전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속으로 후회를 했습니다. 괜히 입을 놀려가지고 친구의 입장이 곤란하게 되는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일단 친구에게 말해보겠다고 했지만, 적당히 연락하는 시늉만 할 생각이었습니다.


며칠이 지났습니다. 계장님께서 단도직입적으로 친구에게 얘기해봤는지 물으셨습니다. 저는 뜨끔하며 아직 못 했다고 했죠. 그러자 투자 유치를 담당하시는 사무관님까지 오셔서 함께 저에게 부탁하셨습니다. 제발 꼭 한 번만 도와달라고. 투자를 꼭 하라는 게 아니라 검토라도 해달라는 거였죠.


저는 그 등쌀에 밀려 친구에게 카톡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야, 강원도에 투자할 생각 있냐, 나 여기 분들에게 부탁받아서 할 수 없이 묻는 거니 안되면 편하게 안된다고 해도 된다. 친구는 투자는 담당 부서가 따로 있고 자기가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못 들은 걸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다행이다 싶었으면서도 너무 쪽팔렸습니다. 바쁜 애한테 쓸데없는 부탁이나 하고 있었으니 말이죠.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친구를 둔 건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제가 그 친구와 안다는 걸 말하고 다니는 건 입방정이었습니다. 주변에서 저를 통해 그 친구에게 연락하려는 경우를 생각했어야 했죠. 제가 사회생활에 많이 부족해서 이 뻔한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그 후 새로 배치받은 부처에서는 그 친구에 대해 아는 척 떠벌리지 않았습니다. 요즘은 그 친구도 은퇴했으니 이 글을 적어도 되겠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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