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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Dec 14. 2021

초근 하지 말라는 과장님

처음엔 그게 진심인 줄 몰랐습니다

저의 첫 과장님은 초근을 싫어하셨습니다. 정확히는 일도 없는데 보여주기 식으로 남아 있는 것을 싫어하셨죠. 저에게도 수습 사무관이니 일을 많이 안 시키겠다, 일찍 퇴근해서 선배들과 자주 저녁 모임을 가져라고 하셨습니다. 가끔 일이 남아 있어 야근을 하려고 하면 강제로 저를 집에 보내셨습니다.


월요일이 휴일이던 화요일이었습니다. 과장님께서는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드시면서 저에게 물으셨습니다. 연휴 때 뭐 하면서 지냈냐고. 저는 별생각 없이 연휴에 출근해서 일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과장님께서는 식사하다 말고 큰 소리로 화를 내셨습니다.


"이 사무관은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초근 하지 말라고 일도 안 주고 있는데 자꾸 이럴 거야? 다음부터 초근하는 거 걸리기만 해 봐!"


저는 좀 의아해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듣던 상사의 행동과 너무 달랐거든요. 같이 있었던 선배에게 어떻게 해야 하냐 물었습니다. 선배는 보통 과장님들은 저렇게 말씀하셔도 직원이 늦게까지 남아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지금은 좀 상황이 다른 것 같으니 당분간 일찍 퇴근해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저는 일거리를 싸들고 칼퇴근했고, 카페에서 일했습니다. 초근 수당을 받기는커녕 커피값을 내면서요. 가끔씩 과장님께서 저녁에 저를 찾은 적도 있었지만 제가 칼퇴근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자기 말을 잘 듣고 있다며 흐뭇해하셨답니다. 어쨌든 과장님 덕분에 불필요하게 초근하는 습관은 없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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